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열을 올린 국내 증권사들에 신용 적신호가 켜졌다. 경기가 침체될 경우 갚아야 할 빚이 될 수 있는 채무보증 규모가 최근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1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45개 증권사의 채무보증 규모는 올해 6월 말 기준 42조1000억 원으로 2014년 말(22조 원)보다 4년 6개월 사이 20조1000억 원 증가했다.
증권사의 채무보증 규모는 2017년 말 28조 원에서 지난해 말 38조2000억 원으로 1년 만에 10조 원 이상 늘었다. 이어 올 상반기에도 4조 원가량 추가로 증가했다. 이에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도 2017년 말 53.5%에서 올해 6월 기준 72.1%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는 부동산 호황 국면을 타고 너도나도 고수익 영업에 나선 결과다. 증권사는 부동산 PF에 보증을 설 경우 3% 안팎의 수수료를 받는데 이는 PF를 대출기관에 연결할 때 받는 0.5~1%대 수수료보다 최대 6배 더 벌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아파트는 짓기만 하면 팔린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이에 PF대출을 일으키는 시행사가 많았고, 증권사도 보증을 서는 경우가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기 침체로 부동산 경기가 꺼질 때 발생한다. 시행사는 아파트, 상가, 오피스 등을 짓기 위해 PF 대출을 받는다. 이후 분양을 통해 대출금을 상환하게 되는데 사업에 실패할 경우 대출을 못 갚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 경우 증권사가 대신 나서 채무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시행사가 PF 대출금을 못 갚을 때 증권사가 이를 완전히 떠안는 신용공여 형태 보증이 늘어난 것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형태 채무보증 규모는 34조7000억 원으로 전체의 82.4%에 달한다. 신용공여는 2014년 말과 비교해 21조8000억 원이 늘어났지만 유동성공여는 1조7000억 원 오히려 줄었다. 높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흐름이었다.
최근 주택 경기가 하강 조짐을 보이면서 PF대출 상환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먼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주택이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주택은 8월 기준 1만8992호로 2년 전보다 9000호 이상 늘었다. 8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2015~2017년 공급이 과잉된 탓에 내년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최대 3만 호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동수 의원은 “준공후 미분양 주택수 증가, 경락률 하락세,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상승 등 현재 부동산 경기 하강 징후들이 감지됨에 따라 비은행권의 부동산 PF대출 부실화와 증권사 부동산PF 우발채무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금융감독당국 차원에서 제2금융권에 대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