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회사가 TV 출시하고, 광고회사는 AI 선그라스 선보여"…빅 블러의 득실은?

입력 2019-10-20 12:00 수정 2019-10-2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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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loT 등 4차산업혁명 시대에 '빅블러(업종경계붕괴)' 현상 두드러져

헬스케어회사, 자동차 판매(10월17일)’ ‘광고회사, 선글라스 출시(10월15일)’ ‘게임회사, 렌털사업 예고(10월15일)’ ‘가구업체, TV 출시(10월15일)’

최근 며칠간 쏟아진 소식들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loT)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 만드는 제조업, 정보·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업 등 업종별로 정해진 영역과 틀(고정관념)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사업 장벽이 완전히 무너지는 추세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업종 간 더욱 얽히고설킬 수밖에 없는 공유·구독경제 등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들이 첨단 기술에 힘입어 속속 생겨나서다. 아울러 빅블러 현상은 사업다각화를 이끌며 기업들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그룹 종합광고대행사인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스마트 선글라스 ‘글라투스(GLATUS)’를 개발,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이를 위해 이노션은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변경하고, 사업 목적에 ‘안경 및 안경렌즈 제조업’을 추가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출시한 선글라스 ‘글라투스(GLATUS)’  (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가 출시한 선글라스 ‘글라투스(GLATUS)’ (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이 선글라스는 다양한 첨단 기능을 갖췄다. 실시간으로 자외선 과다 여부를 센서로 감지해 착용자에게 경고하고, 졸음운전까지 경고한다. 실시간 운전 환경 체크 및 위험 예방 기능도 담고 있다.

이노션은 스마트 기기를 바탕으로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현대자동차와의 협업도 모색할 방침이다.

게임업체 빅3 중 하나인 넷마블은 국내 1위 렌털기업 코웨이의 유력한 새 주인으로 떠올랐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게임업계를 뛰어넘어 이종 산업으로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며 ‘실물 구독경제’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특히 넷마블은 AI, IoT 등을 코웨이 렌털 제품에 접목, 교체 주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자동주문 및 배송 시스템까지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가구회사 한샘은 TV를 출시하며 전자제품 및 홈 IoT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샘 미러TV는 구글 크롬캐스트가 내장돼 있어 스마트폰에서 보던 동영상, 음악, 사진 등의 콘텐츠를 TV에서 손쉽게 볼 수 있다. 향후에도 IoT 기술과 결합된 제품군을 확대할 방침이다.

안마의자 제조업체 바디프랜드는 스웨덴 슈퍼카 브랜드인 ‘코닉세그’ 판매에 나선다. 코닉세그의 국내 판권 계약을 따내 공식 수입처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코닉세그는 최대 출력 655마력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양산차 엔진’이라는 기네스 세계 기록을 보유한 하이퍼카 브랜드다.

국내 최대 도시가스 회사인 삼천리도 외식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가스배관 시공을 담당하는 계열사 삼천리ENG의 외식사업부문 SL&C를 통해 중국요리 프랜차이즈 ‘차이797’과 경북 안동한우 등심 전문 한식당 ‘바른고기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샘이 출시한 미러TV (사진제공=한샘 )
▲한샘이 출시한 미러TV (사진제공=한샘 )

이 같은 현상은 해외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대 차량호출 업체 우버는 최근 기업과 임시직 노동자를 연결해주는 구인·구직 서비스 ‘우버 워크’ 사업을 시작했다. 또 뉴욕에서는 맨해튼에서 존 F. 케네디 국제공항까지 헬기로 데려다주는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아울러 우버 이츠를 통해 식당 음식을 배달하는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남미에서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하는 ‘코너숍’의 지분을 인수하며 배달 대상을 식료품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경제 상황에서 기업들이 사업 영역 파괴를 통한 신산업 도전으로 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너무나도 다른 영역의 만남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다양한 분야간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만, 막상 현실 속에서는 오히려 기존 사업에 대한 집중력 약화, 이도저도 못한 애매모호한 상황 발생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게다가 자본력이 딸리는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빅블러 대열에서 소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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