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진술에 범행 일시ㆍ장소 등이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피해 사실에 일관성이 있으면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최모 씨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사건의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최 씨는 자신의 회사에 비서로 있던 피해자의 허리를 손으로 껴안거나 포옹하는 등 2년에 걸쳐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는 최 씨가 매일 오전 보고 시간에 껴안는 등 400회가 넘는 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인 일시, 장소 등을 특정할 수 있는 범행 16회만 기소됐다.
1심은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이 명시적 동의 없이 위력으로 추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14회에 대해서는 신체 접촉은 인정하면서도 “고의를 갖고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일시, 장소에서 그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의 뜻에 반하는 추행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범죄의 일시ㆍ장소와 방법 등에 대한 피해자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며 “이 같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의 일시, 장소에서 범행이 저질러졌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2회 범행 혐의에 대해 다시 심리해야 한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비서로 재직하는 동안 피고인이 여러 차례 포옹 등의 신체 접촉을 한 사실은 원심도 인정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진술은 공소사실 일시경 두 차례에 걸쳐 추행을 당했다는 주요한 부분에서 일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이러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14회 범행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무죄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