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3곳 중 1곳이 올해 임금단체협약이 지난해보다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지난해보다 교섭이 원만했다는 평가는 10곳 중 1곳에 불과했다.
다만 교섭 난이도가 높았다는 평가는 지난해에 비해 16%포인트 넘게 줄어든 것으로, 대내외 경기 상황이 악화되면서 노조의 요구 임금인상률 등이 낮아지면서 작년에 비해 교섭 과정이 다소 수월하게 진행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0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주요 대기업 단체교섭 현황 및 노동현안 조사’에 따르면 올해 임단협 교섭 과정에 대해 주요 대기업 중 30.0%가 ‘작년보다 어렵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6.5%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작년과 유사’하다는 응답은 60.9%, ‘작년보다 원만’하다는 답변은 9.1%로 전년 대비 각각 10.4%포인트, 6.1%포인트씩 증가했다.
한경연은 경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노조의 임금인상률(기본급 대비 임금인상률로서 호봉승급분을 반영한 값) 요구안이 작년(8.3%)보다 낮아진 것이 교섭난이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올해 임금협상을 진행 중 또는 완료한 91개사에서 노조가 요구한 임금인상률은 평균 6.3%로 조사됐다. 임금협상을 완료한 47개사에서 최종 타결된 협약임금인상률은 평균 3.1%로, 노조가 요구한 임금인상률과는 3.2%포인트의 차이가 있었다.
올해 주요 기업의 협약에는 인사·경영권 관련 내용들이 많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의 인사이동, 징계, 정리해고 등 인사조치와 관련해 노조의 합의를 요구(26.4%) △노조운영비 지원 요구(19.1%) △인사·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18.2%) △특정 노조를 유일한 교섭단체로 인정(10.9%) 등 다양한 형태로 인사·경영권을 제한하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업은 노동부문 현안 중 기업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쟁점으로 ‘근로시간 단축’ 53.6%, ‘최저임금 인상 및 관련 제도 변화’ 47.3%를 꼽았다.
이에 따라 임단협의 임금·복지 분야의 쟁점도 △기본급 인상 및 성과급 수준 확대(67.3%) △복리후생 확대(39.1%) △근로시간 단축 및 최저임금 기준시간수에 법정 주휴시간 포함 등 노동법 개정에 따른 임금보전(18.2%) 순이었다.
기업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주요 법안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법안으로는 △근로기준법(탄력근로 단위기간 연장, 선택근로 정산기간 연장, 해고요건 강화, 포괄임금제 금지 등) 71.8% △최저임금법(결정체계 개편, 업종별 구분 적용, 최저임금 하한액 설정, 처벌 강화 등) 45.5% 순으로 조사됐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정부의 노동조합법개정안 중 가장 부담이 되는 항목으로는 △해고자 및 실업자 노조가입 허용(30.0%)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19.1%) 순이었다.
경제계가 요구하는 사용자 대항권 과제 중 가장 필요한 내용으로는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22.7%)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19.1%), 대체근로 허용(16.4%) 등이 꼽혔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을 가장 큰 현안으로 응답했는데, 이는 유연근무제 도입과 임금체계 개편 등을 추진해야 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조의 단결권을 강화하고 사용자의 대항권이 포함되지 않은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기업들의 노무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