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탈출할 조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들이 오토론 상환 기한을 계속 연장해가면서 새 차로 갈아탄다는 데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빅3가 발표한 3분기(7~9월) 미국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한 188만3923대로 3분기 만에 전년 실적을 웃돌았다. 대형차 판매가 호조를 보인 제너럴모터스(GM)가 전체 판매 실적을 견인했다.
GM은 픽업트럭 ‘실버라도’의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것을 비롯해 주력 브랜드 ‘쉐보레’와 고급 차 ‘캐딜락’등 4개 브랜드 판매가 모두 전년 실적을 웃돌았다. 전체 판매량은 6.3% 늘었다. 다만 포드자동차와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은 부진했다. 포드는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고, FCA는 전년 수준을 소폭 웃도는 데 그쳤다.
빅3의 전체 판매 실적이 전년보다 개선되긴 했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중산층이 신차 판매를 주도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이 오토론 상환 기한을 계속 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토론에서 상환기한이 6년 이상의 비율이 30%가 넘는다. 10년 전에는 10% 미만이었다. 심지어 7년 만기 상품까지 나왔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자동차 구입 시 대출을 이용한다. 이에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 판매 촉진을 위해 상환기한을 갈수록 늘렸고, 그러다 보니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도 더 늘었다. 자동차 시장 전문 조사기관인 에드먼즈에 따르면 자동차 대출 금리는 9월에 사상 최저인 5.7%로 떨어졌으며, 평균 할부 개월은 70개월이었다. 그러나 새 차의 평균 가격은 2014년보다 14% 오른 3만7000달러를 초과, 월별 지불액은 1년 전보다 증가했다.
다시 말하면 소비자들의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브리검영대학에서 소비자 금융을 연구하는 브론슨 아가일 교수는 “사람들은 매우 비싼 차를 타게 됐다”며 “가계가 지는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가계에서 신차 비용을 감당할 만한 유동자산을 가진 사람은 18%에 불과하다. 소득이 중간치에 해당하는 가정에서 신차 가격의 20%를 계약금으로 내고, 매월 총소득의 10%를 갚아나가는 대출을 받은 경우 구입할 수 있는 자동차 가격은 1만8390달러로 조사됐다. 그러나 새 차를 사기 위해 받은 대출 평균 금액은 10년 새 30% 증가해 3만2119달러에 달했다. 자동차 업계는 상황이 녹록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상환 기간을 연장해줬다. 그러다 보니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 대출이 끝나지도 않은 사람이 새 차를 갖고 싶어서 다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WSJ는 미국 소비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빚을 지고 차를 샀지만, 오토론은 금융위기 이후 계속 늘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따르면 6월 말 시점에 미국 소비자들이 안고 있는 자동차 관련 부채는 사상 최대인 1조3000억 달러에 달했다. 10년 전에는 약 7400억 달러였다.
WSJ는 연준의 저금리 기조가 자동차 업계를 구제했지만, 자동차가 잘 팔릴수록 소비자의 빚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