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날 중국 기업의 뉴욕증시 상장을 중단시킬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다. 모니카 크롤리 재무부 대변인은 “정부는 현시점에서 중국 기업들이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을 차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 상장 폐지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면서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하자 하루 만에 시장 불안 잠재우기에 나선 것이다.
다우지수가 27일에 전 거래일 대비 0.26%, S&P500지수는 0.53% 각각 하락했다. 알리바바그룹홀딩 등 중국 주요 IT 기업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13%로 하락폭이 더욱 컸다. 알리바바 주가가 5.2%, 바이두가 3.7% 각각 급락했으며 알리바바에 이은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JD닷컴 주가는 6% 가까이 빠졌다.
중국 대기업 주가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 차이나 라지캡 ETF’도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1.2% 하락했다.
더 나아가 소식통들은 미국 정부가 공적연금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등 미국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 중국으로 자금을 유입하는 것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정부는 미국 기업들이 산출하는 글로벌 주요 금융시장 벤치마크에서 중국 기업의 편입을 제한하는 조치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지난해부터 수백 개 중국 기업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글로벌 증시 벤치마크에 추가돼 ETF와 미국 연기금 등이 중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했는데 이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소식통들은 백악관이 대중국 강경파인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과 해당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롤리 재무부 대변인은 미국 증시에서 중국 기업을 상장 폐지하는 방안을 부인했지만 공적연금의 중국 투자 제한이나 벤치마크에서 중국 기업 편입 제한 등에 대해서는 이런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배제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와 투자자를 1년 넘게 혼란에 빠뜨린 무역전쟁을 휴전으로 인도하고자 협상을 계속하고 중국은 자국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미국 정부가 양국 경제를 둘러싼 마찰에 새로운 대립각을 초래해 관세전쟁보다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키려 한다고 블룸버그는 비판했다.
더욱이 CNBC방송에 따르면 미중 양국은 오는 10월 10일 워싱턴D.C.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갖기로 일정을 확정했다. 이에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커진 가운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소문이 흘러나오면서 시장의 불안을 고조시킨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고위급 협상에 앞선 기선잡기 용이라고 풀이하면서 금융시장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극단적인 시도는 오히려 중국 강경파 목소리를 키워 협상 타결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