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는 버린 자식이냐” 울분 쏟아낸 상의 회장

입력 2019-09-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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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대내외 악재에 총력 대응을 해도 헤쳐나가기 어려운데, 요즘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 됐다”며 정부와 정치권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18일 부산에서 열린 전국상의 회장단 회의 개회사와 기자간담회 발언을 통해서다. 박 회장은 “우리 사회에서 경제이슈 논의 자체가 실종됐다”면서 “기업은 어떻게 살아야 하고, 국민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우려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글로벌 경기침체, 일본의 경제보복 등 여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위기극복 노력이 보이지 않는 데 대한 불만과 불안감의 격정적 토로다. 박 회장은 “20대 국회 들어 제대로 일을 한 적이 있는지 기억이 없다”고도 말했다. 특히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성장과 고용, 분배, 재정건전성 등의 지표를 들어 반박했다.

박 회장의 얘기는 우리 경제와 기업의 절박하고 심각한 현실을 대변한다. 기업들은 지금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며,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는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경제살리기를 위한 급박한 현안 해결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최악의 여야 대립으로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마저 마비 상태다.

박 회장은 또다시 기업의 손발을 묶고 있는 규제의 개혁을 강조했다. 규제를 풀어달라는 호소는 그동안에도 끊임없이 반복돼왔다. 그는 벤처기업 규제를 없애 성공사례를 만들려고 국회와 정부를 수없이 찾아가 구시대적 법과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그 노력이 무위로 돌아갔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극심한 정쟁으로 정국은 꽉 막혀 있고, 주요 경제법안들이 국회에서 빨리 처리될 기미도 없다. 9년째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비롯해,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빅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유턴기업지원법, 벤처투자촉진법 등 한시가 급한 법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하면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될 위기다. 20대 국회는 법안처리율이 겨우 30% 수준으로 이미 역대 최악이다.

그러면서 정치권은 오히려 고용·노동·환경·안전 분야 규제법안들을 잔뜩 쏟아냈다. 그렇지 않아도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부담 등에 힘든 기업들을 더 짓누르고 있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규제를 강화하는 반(反)기업적 내용이 대다수다. 숨통이 막혀 있는 기업들을 옥죄고 경제살리기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성장률은 추락하고, 생산·소비·투자 등 핵심 경제지표 어느 하나 괜찮은 게 없다. 경기 회복의 기대 또한 멀어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기업들의 비명을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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