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들의 전성시대, 대형 SUV 더 늘어난다

입력 2019-09-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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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SUV 오너에게 대안으로 떠올라…고유가 시대 저물자 인기 상승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넘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인기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넘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인기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가 일으킨 국내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열풍이 기아자동차 모하비와 쉐보레 트래버스 등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 중반 시작한 중형 SUV 인기가 포화상태를 이르렀고, 이 차를 타왔던 오너에게 대형 SUV는 적절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나아가 고유가 시대가 끝나면서 대배기량 또는 대형차에 대한 진입장벽이 무너진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완성차 메이커는 대형 SUV의 추가 출시는 물론 중형 SUV의 차급 다양화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차 브랜드 역시 속속 대형 SUV 출시를 검토 중이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준중형과 중형이 장악했던 국내 SUV 시장이 소형과 대형이 주도하는 판세로 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의 올해 1∼8월 SUV 내수 판매는 모두 33만4147대. 지난해 같은 기간(30만8041대)보다 8.5% 증가했다.

차급별 증감 추이를 보면 준중형 SUV가 5.4% 증가한 가운데 중형은 12.8%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형 SUV(4만7596대)는 전년 대비 154.4% 급증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중형 SUV 수요 감소 일부가 대형 SUV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통 SUV 특징을 고스란히 이어온 기아차 모하비가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다. 생산량은 월 2000대 수준이지만 사전계약만 7000대를 넘어섰다. (사진제공=기아차)
▲전통 SUV 특징을 고스란히 이어온 기아차 모하비가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다. 생산량은 월 2000대 수준이지만 사전계약만 7000대를 넘어섰다. (사진제공=기아차)

◇중형 SUV 수요 상당수 대형 SUV로 이동 중=지난해 연말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대표적이다.

올들어 8월까지 무려 3만7466대가 팔렸다. 지난해 전체 대형 SUV 전체 판매(2만8186대)를 훌쩍 넘어선 규모다. 결국 쌍용차 G4 렉스턴이 불을 지핀 대형 SUV 시장에 기름을 부으며 단박에 인기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결국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양상까지 이어졌다. 월 4000대 안팎의 미국 수출형까지 포개지면서 현대차는 9월부터 울산2공장에서 팰리세이드 증산을 시작한다.

기아차 부분변경 모델인 ‘더 마스터’도 11일 만에 사전계약 7000대를 달성했다.

월 최대 생산량이 2000대에 못 미치는 것을 고려하면 모하비 역시 대형 SUV 성장세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지엠 역시 쉐보레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연이어 선보이며 대형 SUV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 차 시장에서 대형 SUV 인기가 치솟았던 만큼 트래버스 역시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콜로라도를 앞세워 모델 다양화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형 SUV 시장을 처음으로 열었던 쌍용차 렉스턴 역시 올 연말 G4 렉스턴 상품성 개선 모델을 준비하며 맞대응 중이다.

▲한국지엠은 올 봄 서울모터쇼를 통해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출시를 알렸다. (사진제공=한국GM)
▲한국지엠은 올 봄 서울모터쇼를 통해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출시를 알렸다. (사진제공=한국GM)

◇국제유가 고공행진 멈추며 대형차 산업수요 증가=이처럼 대형 SUV와 픽업트럭의 수요가 확산한 배경에는 고유가 시대가 끝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00년대 시작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완성차 메이커의 엔진 개발 전략에도 영향을 줬다. 2008년 리먼쇼크를 정점으로 국제유가는 정점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름을 많이 먹는 대배기량 고성능 엔진이 속속 사라졌다. 이를 대신해 배기량을 낮췄음에도 출력이 부족하지 않는 고효율 엔진이 대세를 이뤘다. 이른바 ‘다운사이징’ 추세다.

이런 추세에 따라 중형세단의 대표격인 현대차 쏘나타는 1.6 가솔린 터보와 1.7 디젤을 선보이기도 했다. 수십년 이어온 2.0 중형차의 굴레를 벗어난 셈이다.

중형 SUV와 엔진과 변속기를 공유했던 준중형 SUV의 경우 엔진을 줄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1.5~1.6리터 가솔린과 디젤 엔진으로 다운사이징하며 유행을 따르기도 했다.

이 무렵 독일 프리미엄 3사도 V12 6.0리터 플래그십 세단을 대신해 V6 터보 엔진을 앞세우고 배기량을 낮췄다.

▲쌍용차 G4 렉스턴(사진제공=쌍용차)
▲쌍용차 G4 렉스턴(사진제공=쌍용차)

상황은 셰일가스 혁명과 전기차 확산이 시작되며 급변했다. 원유 수요가 감소하면서 국제유가가 하향세로 전환됐다.

동시에 대배기량이 큰 북미 픽업트럭이 다시금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고, 현대차 제네시스를 비롯한 고급차 브랜드가 다시금 차급을 키우며 고성능과 넉넉한 배기량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국내 대형 SUV 시장 역시 이런 트렌드를 고스란히 반영하면서 속속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메이커 역시 대형 SUV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 역시 다양한 관련 모델 수입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에서 벤틀리가 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 오너에게 대안으로 떠오른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포화상태에 이른 중형 SUV 오너에게 다음 차로 대안이 된 것이 대형 SUV”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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