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많은 혁신 모델들을 보면 ‘다름’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 다름의 가치’를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많다. 혁신의 성공을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전자보다 후자에 달려 있으며, 시장이 벤처가 제시하는 혁신의 가치를 얼마나 소비자가 쉽게 인지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느냐는 것이다.
실제 벤처의 실패는 소비자가 원하는 니즈(needs)를 잘못 읽거나 벤처가 제시하는 새로운 문제 해결이 별 의미가 없는 경우이다. 또한 소비자에게 충분히 가치 창출을 할 수 있는 혁신의 경우에도 결국 절반의 성공도 못 이루어내고 사그러지는 모델도 많다. 이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그 가치의 가능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거나, 가치는 있으나 받아들이는 과정에 너무 많은 위험을 인지하여 나타난 결과들이다.
어떠한 혁신도 소비자에게는 위험을 수반한다. 써보지 않은 새 상품과 서비스가 제대로 역할을 할지, 그로 인한 시간적 노력의 손해는 없을지, 결국 안 쓰게 되면 자금의 낭비로 연결되는 건 아닌지. 사용 결과가 나쁘거나 어려우면 어느 정도 소비자는 자신이 잘 몰라서, 능력이 없어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소비자의 자아 능력적 부분에도 상처를 줄 수 있다.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친구를 옆에 두고 싶지 않은 것처럼 나의 자아에 상처를 주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소비자는 벤처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기술로 구현되는지 이해하고자 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즉 소비자의 혁신 평가는 처음 눈으로 보는 데서부터 직접 사용하는 데 있어서 느끼는 단순함에 좌우된다. 여기에는 중요한 상호 작용도 있는데, 즉 소비자는 시각적으로 단순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용이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시각적으로 단순한 것에 대해 심리적으로 접근성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즉 시각적으로 단순한 모델은 내가 쓸 수 있고, 나의 사용 능력 범위 안에 있다는 느낌을 준다. 더불어 사용의 단순함은 새 방식을 배우는 데 필요한 시간과 인지적 투자를 줄이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술이 날로 복잡해지고, 대체재도 충분하고, 비슷한 선택의 가능성이 많아지고, 집중이 분산되는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 단순함은 현대인이 갈구하는 인생의 요소와도 부합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대상에게 신뢰하고 보답하려는 경향이 있다. 단순함이 주는 편안함과 질서, 접근성, 효율성의 모든 요소는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상품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벤처 모델을 두 마디로 설명하기가 힘들고, 5분 내에 확신을 시키지 못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그리 열정을 보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투자자의 집중적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도 짧은 시간 내에 확신을 시키지 못하는 모델은, 훨씬 더 소음이 많고 쪼개진 시간을 주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강조하는 단순함은 단지 기능과 디자인의 요소를 더하지 않아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음 글에서 이 부분을 좀 더 논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