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달러, 이례적 동반 강세...‘R 공포’에 안전자산 천정부지

입력 2019-09-08 16:35 수정 2019-09-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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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덮고 있는 ‘R(Recession)의 공포’로 안전자산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金)과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화가 동반 상승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금 현물 가격은 신흥국과 유럽에서 현지 통화 기준으로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 현물은 기관들이 거래하는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의 달러 표시 가격이 국제 지표가 된다. 이를 현지 통화로 환산한 값이 각국 현물 가격의 기준이 된다. 이날 런던에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약 31.1g) 1510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연초 대비 18% 상승한 것으로 2013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지난달 금지금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지 가격은 g당 3480루피(약 5만8000원)로 올해 들어 21% 뛰었다. 러시아에서도 g당 3200루블(약 5만8000원)로 연초 대비 11% 올랐다.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도 8월과 9월에 걸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친 2016년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금값 급등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 장기화로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기업실적 악화 등의 우려로 현물과 선물 매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어소시에이츠를 이끄는 레이 달리오 같은 투자 거물들이 ‘금’ 투자를 적극 추천한 것도 금값을 띄우는 데 일조했다. 그는 지난 7월 한 인터뷰에서 “금이 최고의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수익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금값과 함께 기축 통화인 달러값도 뛰고 있다. 달러의 종합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미국 인터컨티넨탈거래소(ICE)의 달러 지수는 99로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진 환경에서 신흥국 통화가 팔리면서 달러가 상대적으로 강해졌다”고 지적한다. 경기 하강 위험이 미국보다 높은 인도 루피와 러시아 루블 등의 약세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브렉시트로 혼란에 빠진 영국 경제와 이탈리아 정국 혼란에 대한 우려로 파운드와 유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원래 금과 달러는 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자산가치가 줄지 않는 데다 ‘무국적 통화’로 분류되는 금은 기축 통화인 달러의 대체투자처로 평가돼왔다. 그러나 현재 금과 달러가 동반 상승하는 움직임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를 뒤집을 만큼 안전자산으로서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만큼 현재 시장의 불안 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다.

시장은 금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9월 들어 6년 5개월 만의 최고치인 1560달러까지 올랐으며, 다음 심리적 고비인 1600달러도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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