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가지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이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지주사격인 ㈜한화의 지분을 확대하는 것에 더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관계사들의 기업공개(IPO)도 예정돼 있어 에이치솔루션의 그룹 지배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는 에이치솔루션이 100만9689주를 장내매수 했다. 이번 매입으로 에이치솔루션의 ㈜한화 지분은 기존 2.2%에서 3.55%로 높아진다.
에이치솔루션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지분 50%,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각각 25%씩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과거 한화S&C로, 지난 2017년 일감몰아주기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존속법인을 남기고 SI 사업부를 물적분할 했다.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의 지분율을 높인 목적은 공식적으로 ‘저평가 자산 매입’이다. ㈜한화는 연초 이후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초 3만1000원이었던 주가는 이달 3일 기준 2만4500원까지 20% 넘게 떨어졌다.
에이치솔루션의 ㈜한화 주식 매입은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동시에 같은 돈을 투자하더라도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그룹 지배력을 손쉽게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에이치솔루션의 지분 매입은 김 회장과 특별관계자의 ㈜한화 지분 확대(30.47%→31.93%)로 이어졌다.
일각에선 에이치솔루션과 ㈜한화 간의 합병을 통해 그룹 전반의 지배력 향상을 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에이치솔루션은 한화그룹사들의 연이은 상장(IPO)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관계사 한화시스템이 올해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의 지분 14.5%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손자회사인 한화종합화학도 내년 IPO를 검토 중에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39.16%의 지분을 확보한 한화에너지가 최대주주로, 한화에너지는 에이치솔루션의 100% 자회사다.
결국 이들의 상장은 에이치솔루션이 그룹 지배력 확대를 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에이치솔루션의 영향력 확대는 결국 이 회사의 지분을 전량 보유한 김 회장의 세 아들의 그룹 지배력 확대로 직결될 수 있다.
올해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전무의 승진 여부도 관건이다. 김 전무는 지난 2015년 12월 한화큐셀 전무로 승진한 뒤 지난해 부사장에 오를 것으로 점쳐졌지만 태양광 시황 악화에 따라 시기를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내년부터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합병하며 매출 9조 원 회사로 덩치를 키우고 태양광 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만큼 올해 승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한화에서는 이번 지분 매입이 경영승계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에이치솔루션의 ㈜한화 지분 매입은 투자 목적으로, 배당 수익과 향후 상승할 때를 고려해서 산 것으로 경영승계와 무관하다”라며 “시장에서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의 합병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지만 그렇게 되면 에이치솔루션의 지분이 의결권이 없어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안되므로 굳이 큰 돈을 투입해 주식을 살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