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의 늪에 빠진 해태제과가 일부 직원을 영업직으로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냐 아니냐를 둘러싸고 회사와 직원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해태제과는 지난 2일 △본사(관리) △연구 △생산 직원 30여명을 현장 영업직으로 전환하는 인사를 단행하고 사내 인트라넷에 공지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올해 1분기 적자 전환한 해태제과가 사실상 구조조정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태제과 측은 이에 대해 “구조조정이 아니라 회사 전반적인 인력 운영 정책에 따른 것으로 영업 현장 역량 강화를 위한 부서 순환 인사일뿐”이라고 해명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업무 효율화의 성과로 본사 인력 운영에 일정부분 여유가 생겼고 영업부문에서 인력을 확충해 달라는 요청이 지속적으로 있어 평상시보다 순환인사 규모를 늘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의 이같은 해명에 직원들은 엇갈리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이번 인사발령 기준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게시판에는 ’기준이 뭐냐 나도 찍히면 나가야 하나’, ‘공정하지 않은 인사발령’, ‘부장에게 찍힌 사람만 억울하게 됐다’는 등 인사대상을 정한 기준과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번 구조조정 대상자는 각 부서에 할당하는 방식으로 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인사평가나 개인업무 능력과 상관없이 해당 부서장이 부서에서 밀어낼 사람을 리스트에 올렸다는 일부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구조조정 대상자 중에는 강제 할당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고 팀원 대신 본인 이름을 올린 조직장, 코딩 전문가(프로그래머) 등 선정 기준에 의구심이 드는 직원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것이 직원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이번 인사 발령에 대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영진의 반성 없이 사측에 쓴소리를 하거나 중간관리자의 눈밖에 난 직원들만 골라 영업 일선으로 배치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회사측과 직원간 공방은 해태제과의 경영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해태제과는 올 1분기 매출이 5.5% 하락한 1608억 원, 영업이익은 42.9%나 줄어든 17억 7000만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 역시 1%대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지난해 1분기 1.82%였던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1.10%까지 축소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의 보수는 업계 최하 수준이다. 지난해 해태제과 직원 평균연봉은 4140만원으로 수년째 제과업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