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주 기업인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가진 연설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로이터통신이 해당 연설이 녹음된 파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파일에서 캐리 람 장관은 영어로 30분 정도 연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사임하고 깊이 사과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세계 양대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전례 없는 긴장의 한 가운데에서 이번 사태가 일종의 주권과 안보 수준으로 높아짐에 따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옵션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람 장관은 중국이 건국 70주년을 맞는 10월 1일 국경절 기념일을 데드라인으로 삼아 이때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것이라는 관측은 극구 부인했다. 그는 “중국은 10월 1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아울러 홍콩 거리에 인민해방군을 배치할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중국의 국제적 평판을 신경쓰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다만 캐리 람 장관의 이런 언급은 사실상 범죄인 인도(송환)법 논란으로 지난 6월 시작된 시위가 국경절 이전에 해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람 장관은 이번 소요사태가 자신의 책임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범죄인 인도법은 중국 정부가 아니라 나의 이니셔티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홍콩 정부가 중국 본토에 대한 시민의 엄청난 두려움과 불안을 파악할 만큼 세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지도자로서 홍콩에 이렇게 커다란 혼란을 초래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성했다.
그 동안 시위대와 중국 사이에 끼어있던 캐리 람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이번 발언은 홍콩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7월에 캐리 람이 사임을 요청했으나 중국 정부가 거부했다고 전했다. 캐리 람이 사임하더라도 후임 행정장관을 직접선거로 선출해야 한다는 시민의 요구가 거세 혼란이 수습될지는 불확실하다.
홍콩 2인자인 매튜 청 정무사장은 전날 다른 고위 관리들과 함께 아시아금융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과격한 시위대가 지난 주말 가장 폭력적인 대결을 통해 ‘테러 징후’를 보여줬다”며 “이들은 공항 교통을 방해하고 경찰에 화염병을 던졌으며 도심에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불을 질렀다. 경찰은 불법적인 활동을 한 사람을 모두 체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