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현대차 노사는 전날 22차 본교섭을 통해 도출한 잠정합의안을 바탕으로 최종 타결을 준비 중이다. 내달 2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올해 임단협은 모두 마무리된다. 이 회사 노사가 파업 없이 임단협을 타결한 것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무엇보다 현대차 노사가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국가적 위기 상황을 고려해 관행적 파업을 지양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조기 타결에 집중해온 것에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아직 조합원 찬반투표가 남았지만 파업 없이 임단협에 잠정합의한 것 자체도 큰 의미를 지닌다.
이날 기아차 노동조합 정책기획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연감소 인원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정년연장을 (현대차와 기아차) 양 사가 강조했는데 이 부분이 제외된 게 당황스럽다”면서도 “비상시국에 파업이나 한다는 비난 여론에 대해 우리도 우려한다. 집행부가 대의원 총회를 통해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한국지엠(GM) 사정도 다르지 않다. 표면적으로 “현대기아차와 협상의 골자가 다르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지만 다른 완성차 노조가 하나둘 타협안을 끌어내는 가운데 강경 입장을 고수하기에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노조 집행부 간부였던 한 관계자는 “이번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꽤 강성인데 일단 기조를 꺾은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우리 집행부 역시 내부적으로 현대차의 잠정안 도출이 적잖게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진 르노삼성 노조는 사실상 집행부가 노노갈등으로 전체 노조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어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임단협이 다른 자동차 기업의 노사협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까지 강경 노선을 고집해온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에는 한 걸음 물러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사측은 협상카드보다 이런 명분을 만들어주는 게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선업계는 여전히 강경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계는 이날 ‘대규모 연대 총파업’을 결국 감행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을 중심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이 연대를 구성해 총파업에 나섰다.
이들은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상경투쟁을 벌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 노조 요구에는 인수·합병 문제와 중소 조선사들에 대한 지원책 요구가 맞물려 쉽게 파업에서 물러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