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국 디스플레이 추격이 매섭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LCD(액정표시장치) 산업을 추월한 데 이어 애플의 아이폰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급까지 추진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의 OLED 품질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애플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OLED에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동방과기집단(BOE) 제품을 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양사는 2020년 판매할 새 아이폰에서의 채택을 위해 성능 테스트 등을 시작했으며 연말까지 최종 판단할 전망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BOE의 애플 진입이 품질문제로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애플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거래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OLED 기술격차가 2~3년 존재하는 상황에서 BOE가 애플이 요구하는 품질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세트사(애플) 입장에서 부품 공급업체를 늘리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BOE는 품질을 맞추기 어렵다는 말이 최근까지 많았다”면서 “샘플을 보여주면서 프로모션을 하는 수준이지 구체적으로 공급 이야기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플이 BOE 제품을 인증하기 위한 막바지 단계에 들어가 있는 것이지, BOE 물품을 사용한다고 최종 결정 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애플이 BOE 제품을 쓰게 된다면 중국의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아이폰용 BOE 패널 조달 검토는 이미 1년 이상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 고급 기종에 OLED를 쓰고 있으며 대부분은 삼성 제품이다.
100달러 내외의 플렉시블 OLED 패널 ASP(평균판매단가)를 고려, 애플은 삼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BOE의 물량을 사용할 경우 현행 아이폰에서 사용하는 삼성 제품보다 약 20% 저렴하게 OLED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BOE 제품이 최종적으로 채택된다면, 삼성으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부터 아이폰 일부 모델에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밴더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부터는 LG디스플레이와 BOE 모두 밴더로 본격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의 비중은 자연스럽게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올 상반기 누적 2000만 대를 밑돌았던 BOE의 OLED 패널 출하량은 현재 생산능력 대로라면 2020년 연간 1억 대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OLED 패널 시장에서 삼성과 LG 등 한국 업체 점유율은 총 96%에 달했다. BOE가 애플에 납품하면 이런 과점이 무너질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말부터 노트북, 태블릿 모델 등에 OLED 패널 탑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해외 OLED 생산거점인 베트남과 중국공장에 대규모 출자를 단행하며 LCD에서 OLED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