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흔들리는 증시, 정쟁 대상 아니다

입력 2019-08-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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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1부 차장

우리 주식시장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일본과의 경제 전쟁과 개선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북한의 발사체 도발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2일 코스피지수 2000선이 무너졌다. 사흘 뒤인 5일에는 낙폭이 확대됐고 1900선 붕괴를 우려하는 상황으로까지 몰렸다. 코스닥지수 역시 이달 들어 600선이 무너진 것은 물론 5일에는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장중 한때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는 등 7% 이상 폭락했다. 외환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200원을 넘어섰다.

자본시장의 불안감이 고조하자 야당의 목소리가 커졌다. 문재인 정권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실정론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 것이다. 특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들의 한국거래소 방문이 결정적이었다. 9일 나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들은 거래소를 찾아 최근 증시 급락에 대해 ‘제2의 IMF’ 사태 등을 거론하며 정부를 비판했다. 거래소를 방문한 표면적인 이유는 증시 불안의 대응 방안을 점검한다는 것이었지만, 사실상 정부 비판의 색채가 짙었다. 앞서 5일에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IMF 이후 최악의 상태로 가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야당의 공세에 여당도 맞받아쳤다. 나 원내대표가 거래소를 찾은 그날 오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대형 증권사를 방문해 “지금 상황이 IMF 때와 비교할 만큼 위기 상황인가. 공포감을 조성해도 되는 건가 의구심이 든다”고 반박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우리 경제가 이겨낼 수 있는 기초체력은 갖고 있다며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주가 급락을 빌미로 한 정치권의 책임 공방이 투자자들로서는 달갑지가 않다. 시장 급락 이후 이전 지수를 만회하지 못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로서는 잘잘못만 따지고 있는 정치권의 모양새가 답답하게만 여겨질 뿐이다.

한일 갈등의 심화 속에 추경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었음에도 여야는 서로 상대에게 책임을 돌리며 국회를 공전시켰다. 국회로 넘어온 추경안은 90일이 넘도록 처리가 안 돼 투자자들의 탄식을 키웠다. 국민이 불매 운동에 일본 여행 자제 등 나름의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투자자들과 여의도 증권업계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다. 자본시장의 불안을 기회로 국민적 불안감을 고조시키거나 이를 방어하는 데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 공방과는 별개의 노선에서 수년째 박스권에 갇힌 채 대내외 불확실성에 힘없이 휘둘리는 우리 증시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길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

비근한 예로 국회에서 잠들어 있는 자본시장 활성화 법안들의 통과나 투자자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공매도 제도의 개선 내지 금지 등이 있을 것이다. 아울러 보호무역주의의 대두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 문제 속에 우리 경제를 구성하는 기업들이 외풍에 견딜 수 있도록 재편하고 지원하는 일에도 더욱 힘써야 한다. 대안 없는 정쟁은 자본시장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국민만 편 가를 뿐이다.spd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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