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재고 20조 돌파… D램 바닥 언제쯤?

입력 2019-08-18 14:57 수정 2019-08-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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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 조치, 고객사 구매 움직임 등으로 재고 줄어들 가능성 높아

SK하이닉스는 일부 D램 라인을 이미지센서 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고 웨이퍼 투입량도 연 15% 정도 줄이기로 했다.

전세원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7월 31일 콘퍼런스콜에서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면서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요 변동에 따라 생산라인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해법은 다르지만,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 부담을 덜어 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실제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발표는) 효율화와 공정 전환을 통해 생산량과 재고를 줄여 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적극적 감산 의지를 밝힌 상태에서 ‘3사가 공조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심을 불식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대외 여건 악재 속 20조 원이 넘는 ‘반도체 재고’관리가 업계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한국경제의 유일한 성장판이 닫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갈등이 커진 이후인 지난 7월 D램 가격(8Gb)은 전년 대비 57.6%(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지만, 반도체 수출 물량은 28.1% 감소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2분기 말 반도체 재고자산은 전 분기(19조6971억 원) 대비 2% 증가한 20조1118억 원이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말 반도체 재고자산은 5조5887억 원으로, 전 분기(5조1175억 원)보다 9% 증가했다. 2017년 말 2조6404억 원에서 지난해 말 4조4227억 원으로 67% 늘어난 데 이어 올해 2분기까지 계속 늘어났다.

삼성전자의 상황도 좋지 않다. SK하이닉스와 달리 1분기(14조5796억 원)보다 감소한 14조5231억 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14조 원대를 유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일본의 경제보복 핵심인 반도체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일본의 경제보복 핵심인 반도체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재고자산 증가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대규모 데이터 센터 구축을 위해 메모리 반도체를 대량으로 구매했던 글로벌 IT 업체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 규모를 급격히 줄였기 때문이다.

고객사들의 구매가 줄어들면서 반도체 가격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7월 PC용 DDR4 8기가비트 D램 고정거래가격은 한 달 전(3.31달러)보다 11.2% 떨어진 2.94달러에 머물렀다.

지난해 12월 7.25달러를 기록한 이후 7개월 연속 하락세다. 작년 6월 말 개당 5.6달러에 거래됐던 낸드플래시 가격도 7월 말 기준 4.01달러까지 떨어졌다.

국내 업계는 재고자산이 ‘위험한 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위기 대응 차원에서 생산량 조정에 들어간 데 따른 영향이다.

반도체 수요 회복 또한 재고 감소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 고객사가 올해 2분기 말부터 구매를 재개했다”며 “하반기 계절적 성수기로 접어들면서 수요는 견조한 흐름으로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또한 2분기 실적 발표 때 “하반기 엔터프라이즈 서버 업체들이 구매를 정상화할 것”이라며 “PC 메모리 분야에선 CPU(중앙처리장치) 공급 부족이 해소되며 2분기 말부터 수요가 회복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년 이상 장기 불황에 들어설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로 반도체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D램 가격의 바닥 시점을 올해 4분기에서 내년 2분기로 미뤘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경제지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많은 게 사실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업체들이 반도체를 대량으로 구매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어려워, 반도체 재고 감소 속도는 더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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