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의 관세 부과를 오는 12월 15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관세 자체는 예정대로 9월 1일 발효되지만, 관세 부과 대상에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장난감 등 대표적인 소비재를 한시적으로 제외함으로써 미국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관세를 일부 연기한 이유에 대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해 하는 것이다. 만에 하나, 관세 일부가 미국 소비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연기하는 것과 부과를 취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4차 관세는 소비재가 40%를 차지하고 있어 실제로 발동하면 미국의 개인소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서플라이 체인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발동을 12월로 연기함으로써 미중 양국 정부는 협상의 여지를 갖게 됐다.
USTR에 따르면 12월로 발동을 미루는 품목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외에 게임기, 장난감, 컴퓨터용 모니터, 특정 신발과 옷 등이다. 또 5월 중순에 발표한 약 3800개 품목의 원안에서 건강과 안전, 안보에 관련된 제품도 제외했다.
이날 결정과 관련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류허 중국 부총리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실을 알리며, “어제 중국과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정말로 합의를 하고 싶어 한다. 통화 자체가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농산물을 구매할 것이라고 수차례 약속했지만, 결정을 미뤄왔다”며 중국에 대한 압박도 빼놓지 않았다. 양국은 2주 안에 전화로 다시 협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권은 지난 6월 공청회 등을 통해 모은 산업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 발동 연기를 결정했다고 한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 등 4차 관세 대상 제품을 취급하는 미국 기업들은 비용 증가와 가격 상승에 따른 판매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관세에 반대했다.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 발동이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에 영향을 주지않게 12월 15일까지 미뤄지게 됨에 따라 미국 제조업체와 소매업체로 구성된 미국의류풋웨어협회는 이날 “일부 관세 연기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4차 관세 자체가 9월에 발동한다는 점은 어쨌든 부담이다. 다양한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가 추가돼 가격 상승 등 영향이 확산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미중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12월에 스마트폰이나 PC 등에도 관세가 발동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6월 말 미·중 정상회담에서 4차 관세 발동을 보류하고 무역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7월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중국이 미국 농산물 구매 확대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8월 1일에 4차 관세를 9월에 발동하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