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해방’이라는 주제로 쓰는 세 번째 글이다. 몇 번을 반복해서 써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또 쓴다. 국민 모두가 해방과 광복이라는 말 사이의 심각한 차이를 알고서 해방이라는 말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 쓸 생각이다. 그리고 정부의 관계부처를 향해서도 ‘8·15’를 더 이상 ‘해방’이라고 하지 않게 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하게 건의할 생각이다.
해방은 ‘解放’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풀 해’, ‘놓을 방’이라고 훈독한다. 해방은 ‘풀어 놓아준다’는 뜻의 타동사로서 반드시 목적어를 갖는다. ‘링컨이 노예를 해방하다’가 대표적인 용례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방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한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풀어 놓아줌’의 은혜를 입은 비참한 민족이 되고 만다. 일본이 풀어 놓아주는 은혜를 베풂으로써 해방을 맞았거나 미국이 불쌍히 여겨 일본을 내치고 ‘풀어 놓아줌’으로써 해방된 민족이 되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35년 내내 싸웠다. 백범 김구 선생이 임시정부를 이끌며 싸웠고, 윤봉길·이봉창 의사가 싸웠고, 김좌진·홍범도 장군도 싸워서 크게 이겼다. 피와 땀으로 항거하여 마침내 광복을 맞게 된 것이다. 광복이란 “잠시 잃어버렸던 나라를 되찾음으로써 손상당한 ‘나라의 빛을 스스로 회복’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8·15’를 해방이라고 말할 게 아니라 반드시 ‘광복’이라고 해야 한다. 그래서 국가에서 제정한 국경일의 공식 명칭도 ‘광복절’이다. 공식 명칭이 ‘광복절’임에도 은근히 ‘해방’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친일파이거나 지나친 친미주의자들이다. 일본이나 미국으로부터 ‘풀어 놓아줌’의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이 즐겨 사용한 ‘해방’이란 말을 국민들이 영문도 모르는 채 습관적으로 사용해 왔다. ‘해방’에 담긴 이런 불순한 속뜻을 안 이상 ‘해방’이라는 말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