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미국이 ‘제로(0)’ 금리로 회귀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2008년부터 2015년 당시의 ‘제로’ 금리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등장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9월과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이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4차례 추가 인하까지 총 6차례의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총 1.50%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0.5% 안팎으로 떨어져 ‘제로’ 금리에 가까워진다.
엘렌 젠트너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인하 조건으로 언급해 온 부분을 되짚어보면 FOMC가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평가했다.
UBS도 연준이 적어도 3차례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세스 카펜터 UBS 이코노미스트는 “성장 둔화와 리스크 증가로 연준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7월 FOMC에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경계했지만 무역전쟁 전개 상황으로 볼 때 금리인하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내리고 2020년 3월 마지막으로 인하해 총 1.0%포인트 인하하는 사이클이 완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예상에 따르면 금리는 1.00~1.25% 수준으로 낮아진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경계에도 ‘제로’ 금리설이 고개를 드는 이유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경제 전망 탓이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이유로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1.8%로 0.2%포인트 낮췄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전쟁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더 심각해졌다”면서 “금융시장 환경과 정책 불확실성, 기업 심리, 공급망 분산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추는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역전쟁으로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도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7월 연준은 금리를 통상 인하폭인 0.25%포인트 내려 2.00~2.25%로 만들었다. 당시 연준은 장기적인 금리 인하기로의 진입이 아니라 경기 둔화에 대한 선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긴박하게 진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9월부터 추가로 3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 부과를 위협하자 중국은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 현상을 용인했다. 미국은 즉각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고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지면서 경기침체 공포가 시장을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