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단 한시름 덜었다는 반응이다. 다만 일본의 수출 규제 기조는 여전하고, 일본 정부 속내도 알 수 없어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소재 중 1개인 포토 레지스트에 대한 수출을 허가했다는 소식에 반도체 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며 일단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 달 넘게 수출 허가가 단 한 건도 없었고, 일본이 화이트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등 사태가 악화해 불안함이 컸다”며 “일단 수출을 전면적으로 규제한 건 아니라는 점에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초 일본이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등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수출 허가를 신청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신청 건에 대해 일본이 규제 발표 이후 처음으로 일부 허가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해당 물량이 실제로 수입되면 파운드리 생산시설인 경기도 화성캠퍼스 S3 라인의 EUV 기반 최첨단 공정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EUV 포토 레지스트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파운드리 사업에 꼭 필요한 소재였다는 점에서 숨통이 트였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산업계 일각에선 일본의 이번 수출 허가에 대해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본은 언제든 개별허가가 필요한 품목을 추가로 지정할 수 있는 데다, 앞으로 수출 심사에서 퇴짜를 놓을 수 있는 상황인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출 허가는 일본의 ‘명분 쌓기’로 받아들여진다“며 ”한국에 대해 정상적으로 수출 허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이며, 거꾸로 말하면 ‘입맛대로’ 허가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결국 일본이 삼성전자 등 한국 산업계의 목줄을 쥐었다 폈다 하며 주도권을 계속 갖고 가는 모양새라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분명한 건 한국과 일본이 확전에 나서면 모두 피해를 본다는 것”이라며 “하루빨리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