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당국자 중 대표적 비둘기파인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변덕스러운 미중 무역전쟁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불라드 총재는 이날 워싱턴에서 가진 연설에서 “매일 반복되는 무역협상 흥정에 미국 통화정책이 이성적으로 일일이 대응하는 건 불가능하다. 금융정책은 이미 성장 둔화와 무역 전쟁 불확실성을 반영해 조치를 취했다”며 고조되는 추가 금리 인하 기대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연준은 다음 회의 때까지 경제 관련 데이터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만 관심이 있다”며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연준의 9월 금리인하설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을 경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시장은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까지 번지면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대중 강경론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이날 연준에 “연내 금리를 최대 1%p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연준 내 대표적 비둘기파로 꼽히는 불라드 총재는 지난 6월 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한 유일한 멤버였다. 지난달에는 기준금리를 2.00~2.25%로 0.25%포인트 인하한 연준 결정에 찬성했다. 하지만 불라드 총재는 0.5%포인트 인하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불라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상황이 정말로 금리를 0.5%포인트 내려야할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그는 “지난 6월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며 “나는 대표적인 비둘기파지만 상대적으로 강한 GDP(국내총생산)와 양호한 노동시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달 금리 인하 결정 후 “이번 금리 인하는 장기적인 금리 인하 주기의 시작이 아니라 단지 기존 사이클 도중의 정책 조정”이라며 올해 여러 차례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다만, 불라드 총재는 무역전쟁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그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에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내 한 번 더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불라드는 “이 불확실성이 분기 혹은 수년 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핵심 리스크는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 둔화를 예상보다 더 급격하게 진행시킬 것이라는 점”이라고 전망했다.
또 인플레이션도 연준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적하며 “이런 현상들이 전후 시대,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