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에는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자는 뜻에서 붙여놓은 여러 종류의 표어들이 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물다 간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표어도 한 예이다. 자기가 머문 자리를 엉망으로 더럽혀 놓으면 뒤에 그 자리에 와서 일을 봐야 할 사람은 불쾌하기 이를 데 없다. 아예 일 보기를 포기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은 비단 공중화장실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모든 자리에 다 일어날 수 있다. 특히, 공직은 머물다 간 자리가 아름답지 못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로 돌아간다.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장관, 도지사, 국장, 과장…. 어느 자리라도 자신이 머문 자리를 더럽혀 놓고 떠나면 뒤에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은 전임자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새로운 일을 해야 할 힘을 잃은 채 과거를 정리하는 데에 시간을 씀으로써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는 ‘뒤치다꺼리’의 연속인 면이 없지 않다. 심지어는 뒤치다꺼리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여 치유하기 힘든 적폐가 되어 버린 것도 있다. 일제가 남기고 간 ‘식민의 역사’를 청산하지 못하여 고질(痼疾)이 되었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진 군사정권의 독재와 거짓을 털어내지 못하여 적폐로 남게 된 것도 많다.
최근 자행되고 있는 일본의 경제보복은 1965년 6월 22일 박정희 정권이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위해 한·일 기본조약을 맺으면서 분명히 해결했어야 할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어지럽혀 놓음으로써 지금 우리가 떠맡게 된 뒤치다꺼리라고 볼 수도 있다. 징용자에 대한 개인보상, 위안부 강제동원, 독도에 대한 영유권 등 시비를 분명하게 가렸어야 할 문제를 가리지 않고 밀쳐 두었기 때문에 그것을 빌미로 일본이 지금 적반하장의 억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한 지도자의 개인적 욕심과 그릇된 판단으로 국교정상화를 서두르는 바람에 우리가 이처럼 어이없는 뒤치다꺼리를 안게 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