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 기질을 지닌 인사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차기 총재에 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CNBC방송은 29일(현지시간) 글로벌 경제상황이 2011년 크리스틴 라가르드 현 IMF 총재가 취임했을 때보다 훨씬 복잡해졌다며 차기 수장은 무역전쟁과 환율조작, 가상화폐 대두 등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인사가 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라가르드 총재가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총재로 임명되면서 오는 9월 공식 사임할 예정인 가운데 IMF는 이날 다음 총재를 뽑는 공식 절차에 돌입했다.
역사적으로 IMF 총재는 유럽 출신이 맡는 것이 관례였다. 유럽연합(EU) 28개국은 이제 새로운 유럽 인사를 차기 총재 자리에 앉히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EU 각국은 첫 번째 토론을 거친 이후 지난 26일 차기 총재 후보 5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전 네덜란드 재무장관 겸 유로그룹(19개국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체) 의장, 마리우 센테노 현 포르투갈 재무장관 겸 유로그룹 의장,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 나디아 칼비노 전 스페인 재무장관, 불가리아 출신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세계은행(WB) 최고경영자(CEO)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EU가 이들 5명 중 마리우 센테노와 나디아 칼비노를 탈락시켜 후보를 3명으로 줄였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EU에서 IMF 차기 총재 후보 선정 작업을 주도하는 프랑스는 게오르기예바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65세를 넘으면 IMF 총재에 지원할 수 없다’는 규정에 걸린다. 프랑스는 규정 변경을 추진하지만 EU 대부분 국가가 이에 반대하고 있다.
데이셀블룸은 북유럽과 독일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셀블룸과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는 렌도 북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은 두 명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IMF 회원국들은 오는 9월 6일까지 후보 지명을 할 수 있다. 그 후 IMF 이사회가 후보자들과의 인터뷰를 거쳐 10월 4일까지 새로운 수뇌부 선출을 완료하게 된다.
CNBC는 “이번 IMF 총재는 라가르드보다 더욱 고통스럽고 어려운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가 총재에 임명됐을 때 그의 임무는 전임자인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을 둘러싼 일련의 스캔들로 땅에 떨어진 IMF의 평판을 회복하고, 재정위기에 빠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지원하는 것 등 크게 두 가지였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상황은 8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미국과 중국은 2년째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다. 주요 2개국(G2)인 이들의 무역전쟁은 글로벌 경제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간주되고 있다. 동시에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에 그 어느 때보다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이들의 금융완화 기조가 환율전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여러 차례 유럽과 중국이 자신들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자신은 약달러를 원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여기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 페이스북이 지난달 자체 가상화폐 ‘리브라(Libra)’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상화폐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더욱 고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