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이 2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공격적인 통화완화 조치에서는 한발 후퇴해 시장을 다소 실망시켰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고, 예금금리도 현행 -0.4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현행 금리 수준이나 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ECB의 이날 발언에는 지난 6월 통화정책회의 성명과 비교해 ‘더 낮은 수준’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시장은 곧 금리인하가 임박했다는 신호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ECB는 또 신규자산 매입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혀 추가 경기부양책 투입을 시사했다. 일각에서 예상했던 이번 달 부양책 시행이라는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금리인하와 양적완화책 도입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통화정책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유로존의 인플레이션과 산업 전망이 악화하고 있다”며 “상당한 수준의 통화 부양책이 계속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로존은 경기 침체 위험이 매우 낮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공격적인 완화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낮췄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18일 열린 중앙은행 포럼에서 향후 경기전망이 개선되지 않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지지 않으면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해질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 중 일부로 남아있고 자산매입도 옵션”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두고 ECB가 유로존 경제를 우려해 금리 인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드라기 총재가 공격적인 통화완화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공은 다음주 열리는 연준으로 넘어갔다는 평가다. 아메리벳증권의 그레고리 파라넬로 미국 금리 담당 대표는 “ECB와 연준이 모두 공격적인 통화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ECB의 이날 조치는 다음주 연준이 어떤 선택을 할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전망했다.
ECB가 공격적 금리인하 방침을 거두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폭도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50bp 금리 인하는 물 건너가고 25bp 정도의 소폭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이날 나온 기업투자와 고용 지표도 양호해 큰 폭의 금리 인하 근거가 약해졌다.
한편, ECB 발표 이후 하락세이던 유로화도 드라기 발언 이후에는 급반등해 한때 0.2% 오른 1.1160달러까지 상승했다. 독일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