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 반독점 당국인 EU집행위원회(EC)가 아마존이 자사에 등록된 소매업체들의 민감한 정보를 오용해 경쟁을 저해했는지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EC는 이날 성명에서 “아마존은 자신이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체이면서 제3자 상인들에 장터를 제공하는 ‘시장 제공자’이기도 하다”며 “아마존이 이런 ‘이중 역할’을 남용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이 자사 사이트에 입점한 상인들로부터 입수한 기밀 데이터를 이용해 불공정하게 경쟁하고 있는지가 초점이다. EC 조사관들은 사용자가 ‘구매’ 버튼을 클릭할 때 제시하는 정보와 관련해 아마존이 사용하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또 아마존이 제품들을 보여주면서 부당한 이익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막대한 과징금과 비즈니스 관행 변경 등의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취하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아마존 대변인은 “우리는 EC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모든 규모의 기업을 지원하고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C의 조사 착수는 다른 경쟁당국도 아마존을 면밀하게 조사할 토대를 닦을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이탈리아 당국 등은 제3자 판매자에 대한 취급 등을 포함해 다양한 이슈로 아마존을 조사하고 있다.
독일 반독점 당국은 아마존의 제3자 판매자에 대한 사업관행 조사를 벌여왔으며 이날 아마존이 서비스 약관을 변경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변경 내용에는 아마존이 특정 판매업자의 계정을 정지하거나 비밀보장조항을 줄이기에 앞서 30일 전에 통보해야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EC 대변인은 “독일과 유럽 다른 국가들의 조사는 데이터에 초점을 맞춘 우리의 조사와 중복되지 않는다”며 “일련의 조사는 상호보완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EC가 이번 조사로 아마존의 반독점 위반 행위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니콜라스 이코노미데스 교수는 “아마존의 데이터 사용이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보만으로는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이 자사 사이트에 입점한 상인들로부터 얻은 정보로 어떤 이익을 봤는지 판별하기가 어렵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EC가 제동을 걸면 아마존도 힘들어진다. 제3자 판매는 아마존 글로벌 매출의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저승사자로 떠올랐다. 그는 구글을 대상으로 한 반독점 조사도 주도했다. EC는 지난 3월 광고주들에게 다른 검색 엔진에 광고를 게재하지 않도록 해 온라인 광고시장의 경쟁을 저해한 혐의로 구글에 17억 달러(약 2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애플과 페이스북에 대해서도 경쟁법과 세금, 데이터 규칙 위반 등으로 다양한 조사를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