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역설...“일본 수출 규제, 의외의 승자는 한국 반도체 메이커”

입력 2019-07-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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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로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에게는 뼈 아픈 일격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규제 후 1주일이 지난 지금, 의외의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의외의 승리를 거머쥐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고, 글로벌 반도체 가격도 뛰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일본은 자국산 반도체 소재가 북한으로 흘러들어 대량 살상 무기 제조에 전용되는 것을 한국 기업이 용인하고 있다며 4일부터 대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한국은 일본의 이같은 주장을 부정하면서 그 영향을 판별하려 하고 있다. 10일에는 30여개 기업의 수장이 청와대에 모였고, 삼성전자의 실질적 수장인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을 방문했다. 삼성은 부회장이 일본으로 향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시장은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삼성과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이 억제돼 공급 과잉이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번스타인리서치의 마크 뉴먼 애널리스트는 “아이러니하게도 (수출 규제) 영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도움이 되었다”며 “한일 마찰 격화에 대비해 고객들이 반도체 주문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출 규제가 도입된 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1.8%, SK하이닉스 주가는 9.3% 각각 상승했다.

한국으로의 수출 통제 강화로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산 포토리지스트(감광액)와 고순도 불화수소(HF) 등의 반도체 소재를 수출하려면 그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규제가 전 세계 하이테크 관련 서플라이 체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기업이 보유한 규제 대상 제품의 재고는 1~3개월 분으로 추정된다.

일본이 규제를 강화하기 전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실적이 우울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데이터센터 운영 업체의 메모리 칩 수요가 감소하고 공급 과잉이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서스퀘해나의 메디 후세이니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메모리 칩 가격은 2019년 1~3월에 약 20% 하락했다. 이 여파로 반도체 사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삼성의 1분기 영업이익은 발화 문제를 일으킨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 7’의 글로벌 리콜로 타격을 받은 2016년 3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 규제가 난류의 경계점을 변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칩의 주요 2품목인 DRAM과 NAND의 가격은 급상승하고 있다. 번스타인의 뉴먼에 따르면 DRAM 가격은 11일에 2.6% 상승했고, NAND 플래시 칩은 지난 주 7.8% 오른 품목도 있었다. 주간 기준으로 상승한 건 1년 만이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타격을 받으면 애플 등 미국 기업을 포함한 세계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애플은 한국에서 반도체를 조달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산업협회 회장은 “만약이 상황이 길어지면 세계 하이테크 산업이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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