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가 결국 은행 문을 두드렸다. 5월 미국의 금수 조치 이후 첫 대규모 대출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은행단으로부터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화웨이가 해외 금융기관을 포함하지 않고 역외 신디케이트론을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디케이트론이란 여러 은행들이 단일 차용자에게 같은 조건으로 함께 대출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은 화웨이의 자금 동향을 주목해 왔다. 화웨이는 무역 및 핵심 기술을 두고 평행선을 달린 미중 무역협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15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상무부는 화웨이를 비롯한 계열사를 거래금지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화웨이에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공급을 중단했다.
미국의 제재가 화웨이에 미친 타격은 예상보다 컸다. 지난달 17일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는 화웨이의 상태를 심각하게 고장난 비행기에 비유하며 “미국의 제재로 향후 2년간 수익이 약 300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런정페이는 특히 올해 중국을 제외한 해외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량이 40%가량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사카담판을 통해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면서 화웨이에 대한 제재도 일부 완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화웨이는 여전히 미 상무부 블랙리스트에 올라있어 미 부품업체들과 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디 람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는 “화웨이에 대한 미 제재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탓에 외국은행들은 화웨이에 대한 신규 대출을 꺼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화웨이는 홍콩달러화로 표시된 채권을 5년물과 7년물 두 종류로 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