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비상기구 언급 장기전 시사
주말까지만 해도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에 대해 수보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직접 언급은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다수였다. 한일 외교 협상 여지가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작심하고 강경발언을 한 것은 일본이 협상을 거부하는 등 조기 협상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강대강 대결을 예고한 게 아니다’라고 일단 진화에 나섰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 관심이 워낙 높은 사안이어서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고 국민에게 기업 애로사항을 충분히 청취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노력을 알린 것”이라며 “일본에 대해 협의를 촉구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양국 우호 관계 훼손을 막기 위해 협의 촉구와 조치 철회를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외교적 문제로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당부이자 촉구”라며 “양국 간 우호 관계가 더는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강력한 촉구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대강 대결도 불사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이 기업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민관 비상기구 구성 검토 등을 언급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표면상으로 수출규제 품목이 일부 군사 목적으로 전용되고 있어 안보상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한국 대법원의 강제노역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여서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의 군사목적 전용에 대해 스스로 입증을 해야한다”며 “강제노역 관련 부분은 기존 입장과 동일하다”고 물러설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부품·소재·장비 산업 육성을 국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예산·세제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기업을 지원하겠다”며 “기업들도 기술개발·투자를 확대하고 부품 소재 업체들과 상생 협력을 통해 대외의존형 산업구조에서 탈피하는 데 힘써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