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기술개발을 하지마라‘, ‘시장에 저항하지 말고 먹힐만한 상품을 만들어라’
창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당연히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충분한 자금과 기술, 시장의 호응 등이 뒤따라야 한다.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고 하더라도 무리한 자금동원을 하면 안된다. 위기에 몰렸을 때 뒷감당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인구 계수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아이데이터의 김충환 대표가 재창업에 나서면서 가장 경계한 것은 ‘남의 돈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김 대표는 “예전에 사업을 하다가 남의 돈을 내 돈처럼 쓰다가 망했는데 다시 재기하는 사람이 또 돈을 빌려서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망한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인체에서 방출되는 원적외선을 감지하는 센서를 기반으로 한 유동인구 계수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사물인터넷(IoT)기술을 활용한 빅데이터 사업의 일종이다. 상권 분석이나 기업들의 신규 영업장 개설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김 대표는 직전 사업을 2009년에 폐업한 뒤 2017년 3월 아이데이터로 재기에 나섰다. 2018년 매출 5억 4000만 원, 2019년 목표는 8억 원이다.
김 대표는 1998년 방송시스템을 컨설팅, 설계, 시공하는 SI(System Integration) 업체를 창업해 2009년 최고 매출 80억 원까지 회사의 위치를 끌어올렸다. 대기업 하청 및 프로젝트 단위로 사업을 했던 터라 그다지 수익성이 좋지 않았고, 경쟁력 있는 보유 아이템도 없이, 자금에 대한 관리 부족, 믿었던 직원에 대한 배신으로 인해 사업에 적신호가 들어오게 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동영상 포털 사이트 사업에 눈을 돌려 남아 있는 전 재산을 투자했으나, 추가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결국은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10년간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특히 김 대표는 궁지에 몰리자 사람들의 ‘민낯’이 보였다고 회고했다. 믿었던 사람들이 다 떠나가고 등을 돌리는게 가장 힘들었다고 그는 술회했다. 그는 “돈은 잃어도 다시 벌면 되지만, 사람을 잃으면 다시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수십억 원의 채무와 수억 원이 넘는 국세 체납으로 절망에 빠져 3년간을 낙심한 상태로 살았다. 집까지 경매로 넘어가 살림에 까지 ‘압류딱지’가 붙은 후 그는 이를 악물었다. 김 대표는 “아직도 그 ‘빨간딱지’ 지니고 다닌다” 며 “나태해지면 그 빨간딱지를 보며 다시 정신을 차린다” 고 말했다.
막노동부터 다시 시작했다. 자존심도 버렸다. 끼니는 수개월간 삼시세끼 컵라면으로 때운 적도 있었다. 사업 당시 경영만 했지 현장 일을 하지 않았던 김 대표는 기존 거래처의 현장에서 바닥을 기면서 케이블 포설 작업도 하고 무거운 방송장비도 나르기도 있으며, 때에 따라 저녁에는 대리운전까지 했었다.
기회는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명동 한 복판을 지나다니다가 문득 이 곳에 다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실마리가 됐다. 인터넷이나 여러 공공기관의 데이터를 찾아보았지만 인터넷의 어떤 자료에도 어떤 공공기관에도 그러한 정보가 없었다. 데이터가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동인구 데이터를 통해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도시 및 등산로. 관광지 등을 관리하고, 투자 계획을 잡을 수 있으며, 기업체나 소상공인들은 상권분석 및 매장 분석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해외 선진 사례를 토대로 기술과 서비스를 국내에 적용하여 사업화 하자는 마음을 먹게 됐다. 시중에 나와 있던 유럽산 제품을 수입·유통하다가 국산화를 결심했다.
생각 외로 시장 반응이 좋았고, 계수 장비와 유동인구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수요처가 하나둘씩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다. 그는 기존 제품보다 작고 성능이 좋은 제품을 만든 것은 물론 대학과 함께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 유동인구 데이터를 분석. 예측하는 기술까지 확보했다. 현재 자체 개발한 유동인구 데이터 수집기 80대를 양산해서 전국의 유동인구 데이터를 수집하여 공급하고 있다.
김 대표의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시장을 먼저 면밀하게 점검했고, 무리하게 기술개발에 뛰어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부분 창업자가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이것이다. 아이템에 대한 시장 정보 부족과 아이템이 시장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잘 모르고 개발부터 한다. 막상 수억 원을 투자하여 개발은 했지만 어디다 팔아야 할지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막상 시장에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무리하게 기술 개발을 하기 전에 시장을 먼저 보라. 또한, 시장에서 나와 있는 기술이나 유사 제품이 있는데 굳이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힘들게 맨 땅에 헤딩하기처럼 개발을 하려고 욕심을 낸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고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자금이 바닥나고 결국은 다시 실패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치밀하게 계획한 뒤 정부지원자금을 활용해야 한다.
김 대표는 여러 기관의 재도전 정책을 검색해서 현재의 수준에 맞는 사업을 찾았고, 융자보다는 지원(보조금) 사업에 도전을 해서 창업 비용의 부담을 줄였다. 장기적인 계획안을 가지고 정부지원자금을 받아 활용해야 된다. 급한 김에 비전 없고 계획 없는 사업에 정부지원자금을 받아 사용하게 되면 크게 낭패를 보게 된다.
글=한상하 오뚝이창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