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사상 최대 규모의 기념행사”를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대로 수도 워싱턴DC에서는 다채로운 퍼레이드와 축하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독립기념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가 함께 항의 시위도 일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작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시찰한 군사 퍼레이드에 감동을 받아 미국에서도 유사한 퍼레이드를 개최할 생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거액의 비용 때문에 실현되지 않았고, 대신에 트럼프는 “일생일대의 쇼가 될 것”이라고 예고하며, 올해 독립기념일에 미국의 군사력과 자신의 지도력을 과시할 의도에서 대대적인 이벤트를 계획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독립기념일에 이런 군사적인 이벤트를 실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또 지금까지 독립기념일 행사는 불꽃놀이 등 정치색이 없는 축제로 치러져온 만큼 이번 군사 퍼레이드에 대해선 야당인 민주당 등으로부터 “독립기념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대통령은 이날이 자신의 생일이 아니라 미국의 생일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CBS 방송은 전했다. 또다른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건 독재자들이 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미화하기 위해 행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벤트에 앞서 공연장 근처에서 전쟁 반대를 호소하는 단체의 시위가 진행, 반 트럼프의 상징적 소품인 ‘베이비 트럼프’ 대형 풍선도 등장했다. 시위대 측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에 의한 독립기념일의 정치화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행사장에는 M1 전차와 M2 보병 전투 차량이 전시됐다. 또 상공에서는 B2 폭격기와 F22 전투기, 그리고 F35 전투기 등 스텔스 성능을 갖춘 고성능 항공기가 날고, 해군의 곡예 비행단 ‘블루 엔젤스’도 비행을 실시하는 것 외에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 원’ 신형기도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이벤트에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대행과 군 간부를 초대했고, 백악관은 국방부 직원들에게 5000장의 입장권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행사가 정치색이 강하다고 지적하고, 군인들이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한 국방부의 지침에 위배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