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4개 OPEC 회원국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총회에서 지난달 말 끝난 원유 감산 정책을 내년 1분기까지 9개월 더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OPEC은 2일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과의 모임인 ‘OPEC 플러스(+)’에서 이를 최종 확정한다.
그러나 OPEC 맹주인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주말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 회담을 통해 이미 감산을 연장하기로 한 상태여서 1~2일 OPEC+ 총회는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하게 됐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OPEC 회원국들이 미국의 제재로 고통 받는 상황에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밀실 협상으로 감산이 결정되자 불만도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다. 심지어 감산 연장 사실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선수를 쳐서 언론에 공개했다. OPEC이 사우디와 러시아의 들러리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이에 감산이 결정된 상황에서도 이날 총회에서 10시간 이상의 마라톤 격론이 벌어지고 기자회견도 예정된 시간보다 5시간 늦게 이뤄지는 등 OPEC 내부의 분열과 갈등이 그대로 노출됐다. 특히 이란은 OPEC이 러시아와 장기 협력관계를 체결한다는 방안에 2016년 이후 비공식적으로 이뤄졌던 OPEC+ 회동을 사실상 공식화하는 것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일부 회원국(사우디)의 일방주의가 궁극적으로 중동 주도의 OPEC을 죽음에 이르게 할 것”이라며 “OPEC은 OPEC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권위를 잃으면 붕괴 직전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어 러시아와 사우디 결정을 언급하면서 “이란은 OPEC을 탈퇴하지 않을 것이나 이런 프로세스가 계속되면 OPEC은 죽음에 이를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자문위원이었던 제이슨 보르도프 컬럼비아대 교수는 “러시아 대통령이 OPEC 총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감산 결정을 발표한 것은 OPEC 회원국들을 서로 소원하게 할 위험이 있다”며 “이란의 반응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OPEC 내부의 불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자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주국인 사우디와 이란은 OPEC이 결성된 1960년 9월부터 지금까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고 CNN방송은 설명했다. 이란과 이라크는 1980년대 10년 전쟁을 벌였다. 이라크는 같은 OPEC 회원국인 쿠웨이트를 침공해 1차 걸프전쟁을 촉발했다.
그러나 미국의 무시무시한 셰일혁명은 OPEC의 불화가 이전과는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은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에 오른 것은 물론 텍사스주 한 주의 산유량만으로도 조만간 사우디를 제외한 다른 OPEC 회원국 생산규모를 능가할 전망이다. CNN은 사우디와 러시아의 밀월은 미국 셰일혁명에 따른 OPEC 시장점유율 축소를 반영한다고 풀이했다. 미국의 산유량 급증에 OPEC이 이전보다 더 작은 파이를 나눠갖게 되면서 사우디가 다른 OPEC 회원국들의 반발에도 러시아와 더불어 지배력을 더욱 공고하게 굳히려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