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업체들이 화웨이에 수 주간 수백 만 달러 상당의 제품을 판매해왔다고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이들 기업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상표 조항을 활용해 정부의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며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이 항상 ‘미국산’으로 취급받는 것은 아니다. 약 3주 전부터 화웨이로 부품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의 산자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3~5월 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이달 중순부터 화웨이로의 제품 출하를 일부 재개했다”며 “우리는 5월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한 직후 출하를 일시 중지했으나 이후 규정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일부 부품은 수출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마이크론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8% 이상 급등했다.
이는 화웨이의 숨통을 틔우게 하는 역할을 했다. 화웨이는 미국 반도체 대기업으로부터 공급을 받으면서 스마트폰과 서버 등을 계속해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국가안보를 이유로 제재를 가했던 화웨이 같은 기업과 미국 업체의 거래를 단속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번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 상무부의 제재는 화웨이 자체는 물론 많은 미국 공급업체들에도 혼란을 야기했다. 많은 경영진이 정부의 무역 통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법률 자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화웨이로의 출하를 중단했다.
현 제재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8월 19일까지는 기존 네트워크 보수·점검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목적으로 화웨이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화웨이 신제품에 대한 부품 공급 금지 조치는 이미 시행 중이다. 반도체 기업이 일으킨 화웨이 매출에서 신제품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에 소식통들은 미국 기업들의 화웨이 판매가 이미 수억 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트럼프 정부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나 내부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관리는 기업들이 법의 취지를 위반하고 화웨이를 압박하려는 정부 노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관리들은 미국 기업이 받는 충격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판매 지속에 찬성하고 있다. 화웨이는 매년 미국 기업으로부터 사들이는 제품과 기술은 약 110억 달러(약 13조 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무부 대변인은 “화웨이 판매 금지 목적은 국가안보에 위배되는 활동을 방지하고 미국의 대외정책에 이익을 주려는 것”이라고 상기시켰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는 물론 최근 중국 슈퍼컴퓨터 관련 업체 5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으며 세계 최대 CCTV 업체인 하이크비전을 블랙리스트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