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매각을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에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5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원매자가 나오지 않아 매각이 무산되면 아시아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서 주도적으로 재매각을 추진하게 된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요 안건은 발행주식 총수를 4억 주에서 6억 주로 늘리고, CB 발행한도를 5000억 원에서 7000억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박삼구 전 회장의 측근인 유병률 전 아시아나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주총에서 아시아나는 CB 발행한도를 높여 산업은행으로부터 총 5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 받을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4월 아시아나의 영구CB 4000억 원을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 1000억 원을 추가로 인수할 계획이다. 5000억 원의 자금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약 7대 3의 비율로 조달한다.
전환청구기간은 1년 후로 산업은행은 출자전환 시 아시아나 지분을 현재 기준으로 22%가량 보유하게 된다. 앞서 4000억 원 지원 시 지분은 17.81%다.
아시아나는 1분기 말 기준 금호산업이 지분 33.4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다. 금호산업은 금호고속이 지분 45.3%를 들고 있다. 금호고속은 박 전 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면서 아시아나까지 이어지는 지배권을 쥐고 있다.
금호그룹은 채권단에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박삼구·박세창 42.7%, 부인과 딸 4.8%)과 금호산업의 아시아나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하며 유동성 5000억 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 33.47%를 파는 내용이다.
매각이 무산되고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업은행은 아시아나의 2대 주주가 된다. 5000억 원의 CB에는 드래그얼롱 조건이 들어갔다.
드래그얼롱은 다른 주주 지분에 대한 동반매각요청권으로 산업은행은 금호그룹이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을 함께 팔 수 있다. 담보권을 행사하는 단계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실상 지분 50%가 넘는 최대주주가 되는 셈이다.
산업은행은 어디까지나 매각이 무산됐을 경우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플랜B라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의 아시아나 대출은 1분기 말 기준 1570억 원으로 전체 장기차입금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이 현재 보유한 아시아나 주식은 없고 채권만 있어 인수합병(M&A)에서 매각할 물량이 없다”며 “매각을 주도하려면 1주라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CB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CB를 들고 있다가 이번에 매각이 안 됐을 경우 채권단에서 매각을 주도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며 “채권단 입장에서는 유사시에 주식을 전환할 수 있는 보험 차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