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악화에 직면한 두산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한 것이 군살빼기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수백 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줄이거나 다른 계열사로 보냈다. 핵심인력 유출도 감내해야 했다. 올해 초부터 과장급 이상 전원을 대상으로 유급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근 2년간 원자력 담당 핵심 임원 수가 반토막 났다. 회사 측은 기존 원자력 기획, 설계, 생산(총괄), 품질관리 부문 임원직을 모두 없애고 원자력 서비스 부문으로 일원화했다. 또 국내외 사업을 각각 관리하던 임원 2명을 1명으로 줄였으며 I&C(계측제어) 부문도 폐지했다.
결과적으로 원자력 서비스, 사업관리, 영업 등 꼭 필요한 부문 담당 임원 5명만 남겼다. 전체 임원수 역시 118명에서 65명으로 절반이 줄었으며 임직원 수는 7635명에서 6853명으로 10%가량 감소했다. 두산중공업뿐 아니라 원전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원자력 관련 3개 공기업에서도 2018년 한 해 동안 총 264명이 퇴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퇴사한 원전 전문가 중 일부는 미국, 프랑스 등 해외 원전업체로 재취업한 것으로 알려져 원전 기술의 해외 유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두산중공업 측은 인력 일부가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해서 전체 기술 유출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초 기존 6개 부문의 BG(Business Group)를 3개 부문으로 줄였다. BG 통합을 통해 업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EPC BG와 워터 BG를 ‘플랜트 EPC BG’로 통합했으며, 파워서비스 BG와 터빈·발전기 BG는 ‘파워서비스 BG’, 원자력 BG와 주단 BG를 ‘원자력 BG’로 각각 합쳤다. 회사는 가스터빈, 신재생,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어려운 경영환경을 헤쳐 나가겠다는 각오를 세웠다.
두산중공업의 실적 악화는 전체 매출의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원전사업이 올스톱 되면서 사실상 예고됐었다. 최근 2년간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으며,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실제 두산중공업의 1분기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473억 원으로 2017년 1분기보다 42.6%나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8705억 원으로 16.8% 감소했다. 수백억 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은 2년 만에 적자전환해 356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결국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두산중공업에 대해 “탈원전·탈석탄 이후 수주 부진 및 수익구조 악화가 진행 중”이라며 신용등급을 ‘BBB+(하향검토)’에서 ‘BBB(부정적)’로 하향조정했다. 이어 나이스신용평가도 ‘BBB+(하향검토)’에서 한 계단 내린 ‘BBB(부정적)’로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했다. 탈원전 정책이 멀쩡한 기업을 쑥대밭으로 만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