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보낸 조화를 반영구 보존하겠다고 하자 누리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독재자가 보낸 조화를 보존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의견과 '남북 상징성을 고려해 보존이 필요하다'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16일 김대중평화센터는 김 위원장이 보낸 조화는 현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내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고 밝혔다. 평화센터 관계자는 "남북문제도 걸려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하는 것처럼 폐기하기는 어렵다"라는 입장이다.
장례식이 끝나면 일반적으로 조화들은 폐기된다. 그러나 북한이 김여정 부부장을 판문점으로 내려보내 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한 만큼 폐기 절차를 밟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에 비판적인 커뮤니티에서는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남북이 대화국면에 들어가 있다고는 하나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 징후도 보여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김정은만 생각하는 것을 보면 이곳이 대한민국인지 북한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의 특수성을 고려해 조화 보존을 비판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화의 보존이 남북관계의 호전을 위한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 누리꾼은 "이것 또한 역사의 한 부분이다"라면서 "평화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라며 조화 보존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혔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애도를 표하며 보낸 조화도 현재 김대중도서관에 보관돼 있어 '전례가 없는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북한에서 온 것이니만큼 기념으로 한번 보관해보자는 뜻으로 당시 결정된 것"이라면서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에서 보낸 조화를 함부로 폐기할 때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