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은 '노인학대예방의 날'인데…온라인엔 노인 비하ㆍ혐오 넘쳐나

입력 2019-06-12 13:43 수정 2019-06-1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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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학대' 매년 증가…인터넷 커뮤니티 자정, 노인 빈곤 완화가 관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양천구 아들부부와 함께 사는 김연수(가명‧68) 할머니는 손자로부터 ‘틀XX’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들었다. 뜻을 알고 싶었던 김 할머니는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 노인을 비하하는 용어였기 때문이다.

자녀 부부에게 이 사실을 말하자 돌아온 것은 냉대뿐이었다. 김 할머니는 아들로부터 “아이가 그럴 수도 있지 않으냐”, “분란 만들지 말고 조용히 살아라”는 말까지 들었다. 며느리 역시 “어머님이 뭔가 잘못을 했으니까 아이가 그러지 않았겠냐”라고 냉담하게 반응했다.

(출처=노인학대 현황 보고서)
(출처=노인학대 현황 보고서)

15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앞두고 노인에 대한 '정서적 학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학대는 비난, 모욕, 위협 등의 언어 및 비언어적 행위로 노인에게 정서적으로 고통을 유발하는 것을 말한다. 노인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동도 포함되며 주로 가정 내에서 발생한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하는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의 정서적 학대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 2169건을 시작으로 2330건, 2730건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2017년에는 3064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학대 중 42%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처럼 노인의 정서적 학대가 증가하는 것은 온라인상에서 행해지는 노인 비하와 혐오 표현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용훈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노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일상화돼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비하‧혐오 표현이 다양한 연령층에 노출되고 점점 접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도 노인의 정서적 학대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상화되고 있는 노인 비하‧혐오 표현이 정서적 학대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가 적극적으로 모니터링을 시행, 비하ㆍ혐오 표현을 걸러내는 게 가장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부처가 많은 양의 게시글과 표현을 살펴보고 조처를 하기 어려운 만큼 자체 규정과 약관으로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심의를 거쳐 삭제 등을 할 수 있지만, 공적 주체가 이 모든 일을 다 하기 어렵다”라면서 “커뮤니티가 자율적으로 정화작업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의견을 말했다.

노인 빈곤의 완화가 더 근원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이 자식들과 함께 사는 경우, 부양 주체가 가정 내 경제적 약자인 노인에게 정서적 학대를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전용훈 교수는 "무엇보다 노인이 사회적으로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경제력을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가진 게 없어 무시당하고, 이런 상황이 정서적 학대로 연결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전 교수는 "더 나아가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 부담도 완화할 수 있는 복지정책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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