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트렌드 중 일부는 2월 미국 금융안정위원회(FSB)에서 발표한 ‘핀테크 및 금융 서비스 시장구조’ 보고서에 이미 언급된 적이 있다. 빅테크 기업의 시장 잠식 가속화와 핀테크 기업과 전통 금융기관 간의 협력 강화, 그리고 클라우드 전환 가속화 등이 그것인데 이는 금감원과 FSB의 글로벌 핀테크 시장에 대한 관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금감원은 국내 핀테크 시장 현황도 조사해 발표했다. 은행권 5개사를 비롯해 생명 및 손해보험회사, 금융투자회사 각 3개사의 핀테크 도입 현황을 정리한 것인데 글로벌 핀테크 시장과 비교할 만한 기회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국내에서는 전 금융권에서 비대면 거래를 위한 바이오 인증을 도입 완료하였다. 그리고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객 니즈 분석 및 마케팅 활용 분야가 핀테크 도입이 가장 활발한 분야로 나타났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은행은 간편결제 및 신용평가, 보험은 인슈어테크, 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 분야에서 핀테크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글로벌 10대 트렌드와 비교하면 국내 핀테크 시장은 큰 차이가 있다. 먼저, 국내 핀테크 기업은 인수합병보다는 국내외 벤처캐피털의 투자 유치를 통해 성장했으며 국내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와 삼성전자는 지급결제 시장에만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물론 카카오와 KT가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진출해 있지만 최근 대주주적격심사에 제동이 걸리면서 사업 존속 자체가 문제 되고 있다. 그리고 종합 금융플랫폼 사업을 구축하려던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지난달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에 떨어지면서 서비스 영역 확장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핀테크 업체의 기업공개(IPO) 사례는 아직 없으며 국내 금융기관 및 핀테크 기업의 IT인프라에 대한 클라우드 전환도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으로 이제야 시작되었다. 그리고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들과의 협력을 위한 핀테크 랩(Lab)은 2016년 8월 7개사에서 올 5월에서야 8개사로 확대되었는데 주로 금융지주 및 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증권회사의 경우 핀테크 업체와의 협력보다는 로보어드바이저 분야에서 자체적으로 핀테크를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핀테크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활용도가 상당히 낮다는 점도 글로벌 트렌드와는 다른 점이다.
핀테크는 이미 우리 생활에 들어왔다.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2020년까지 스마트폰 사용자의 90%가 모바일 결제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드페이(WorldPay)는 2022년에는 모바일 결제 규모가 신용카드와 현금결제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머지않아 지급결제를 넘어 송금, 대출, 투자, 보험 등 대부분의 금융영역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서비스가 일상이 될 것이고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서비스 곳곳에서 활용되어 비용절감 및 투명성 확보에 도움을 줄 것이다.
암호화폐도 유용한 금융서비스 수단이 될 것이다. 이미 지급결제는 물론, 대출·투자 등 토큰화를 활용한 금융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으며 일부에서는 이미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활용하면 절차 간소화로 인한 비용 절감과 금융계약 처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국경 없는 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발행이나 글로만삭스와 애플의 결합서비스가 암호화폐를 활용한 핀테크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
최근 핀테크를 중심으로 정부의 금융혁신 의지가 높다. 특히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시작되면서 총 26건의 혁신금융서비스가 시작하거나 준비 중인데 상당수의 핀테크 기업 및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글로벌 트렌드를 뛰어 넘는 핀테크 고도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