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술 굴기’를 제한하려는 미국 정부의 조치가 미국의 차세대 이동통신 ‘5G’ 기술 발전도 저해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와의 거래를 사실상 중단했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간첩 행위에 이용돼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의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계열사 68곳을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공세에는 기술 굴기를 내세운 중국 견제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5G 경쟁에서 1등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화웨이는 5G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WSJ는 미국의 이같은 화웨이 견제가 오히려 미국의 기술 산업 발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선, 미국의 AT&T와 버라이즌 같은 통신업체들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5G에 필요한 하드웨어, 스위치, 라우터 등의 부품을 화웨이가 아닌 다른 곳에서 더 비싸게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늘어난 비용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정보통신산업협회의 글로벌 정책 디렉터 스완슨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된 비싼 비용으로 5G에 대한 소비자들의 매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요가 줄면 업체들이 기술 발전에 투자할 여력도 감소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컴퓨터네트워크장비제조업체인 시스코의 척 로빈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올리고 나서 일부 제품에 대한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또한 부품 공급업체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중 수출이 감소하면 수익이 떨어지고 재고량을 줄이기 위해 생산 자체를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고 WSJ는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중국 장비 사용을 금지한 미국 정부 관계자들조차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벵트 노드스트롬 글로벌 통신컨설팅업체 노스스트림의 최고경영자(CEO)는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하면 전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첨단기술 산업 분야의 특성상 미국의 중국 견제가 일방적일 수 없는 환경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