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와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은 나흘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원·달러는 일주일만에 1190원선을 밑돌았다.
1200원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외환당국의 강한 의지에 원·달러 상승을 주도했던 역외매수세가 주춤했다. 실제 오후 3시 무렵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간담회에서 환율안정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낙폭을 줄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당국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화웨이 거래 중단 등 미중간 갈등은 심화하고 있지만 선반영인식이 크다고 밝혔다. 위안화 연동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안정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원·달러는 1180원대 초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반면 하락 요인도 별게 없어 반등여지도 있다는 평가다. 당장은 오늘밤 예정된 미국과 유럽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결과에 따라 등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192.0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오전장중 1194.1원까지 반등했다. 장중 저점은 1188.5원이었다. 장중 변동폭은 5.6원을 보였다.
100엔당 원화환율은 1.79원 떨어진 1077.91원을 기록했다. 이는 10일(1072.19원) 이후 최저치다. 17일엔 1091.32원까지 치솟아 2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보인 바 있다.
역외환율은 나흘째 하락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89.5/1189.8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1.9원 내렸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당국의 시장안정화 조치에 대한 경계감이 있었던 것 같다. 오후 3시경에는 홍 부총리가 안정화노력을 할 것이다, 시장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언급도 내놨다. 전반적으로 달러·위안을 따라 하락한 것 같다”며 “오전중 고점을 찍은 후엔 상승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 기업이 많아지면서 미중간 갈등은 심해지는 듯 하다. 다만 이미 반영됐다고 보는지 원·달러가 많이 상승하지는 않았다. 주식이 좋았던 것도 아니라 외국인들이 당국 경계감에 달러를 강하게 사지 못한 듯 싶다”며 “하락요인도 요원하다. 역외에서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오늘밤 유로존과 미국에서 제조업 PMI가 나온다. 지표에 따라 환율이 등락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은행권 외환딜러는 “오전에는 증시가 부진했고 롱플레이가 나오면서 1194원선까지 반등했다. 이후 당국이 관리모드에 돌입했고 증시도 낙폭을 축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장막판엔 부총리가 쏠림이 생기면 안정조치를 하겠다고 언급했고, 실제 종가관리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장 참여자들도 위안화에 따른 움직임이 과도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1200원은 내주지 않겠다는 당국 의지가 강하다. 좀 안정된다면 원·달러는 1180원대 초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봤다.
오후 3시40분 현재 달러·엔은 0.05엔(0.05%) 내린 110.27엔을, 유로·달러는 0.0007달러(0.06%) 올라 1.1146달러를, 역외 달러·위안(CNH)은 0.002위안(0.02%) 오른 6.9374위안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5.27포인트(0.26%) 내린 2059.59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2050포인트가 무너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