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동향분석 자료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 재심화는 시장에 예상치 않은 충격을 줬다. 이는 올 들어 줄곧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율 인상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5일 이후 수 일 동안에도 이를 대통령의 막판 협상 전략 정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다만 중국의 강경 대응 발표 이후 시장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보고서는 양국의 강대강 대결 배경으로 우선 미국의 경우 실물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금융상황도 개선되는 등 경기여건이 관세 부과의 충격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의회에서도 대중 강경책에 대해서는 비교적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 트럼프 대통령도 2020년 대선 전략상 중국에 대해 강경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보수 지지층 결집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중국의 경우도 의도치 않게 미국과 대치 상황에 직면하게 됐지만, 최근 중국 경제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서 대응여력이 개선된 점, 더 이상 미국에 일방적으로 양보할 경우 정부에 대한 중국내 불만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반면 미국 내에서도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시정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 유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중이다. 주요 언론과 민주당 대선 주자였던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등 일부 정치인은 트럼프 정부의 무차별적 통상압박 전략의 효율성이 악화된 원인으로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중국 무역 관행에 대한 불만을 공유하는 여타 국가들이나,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와 공조 체제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또, CNN이나 뉴욕타임즈 등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압박이 오히려 양측의 퇴로를 차단함으로써 최종 협상 결과 도출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6월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간 회담결과에 따라 향후 협상 전개 방향이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번 관세부과 조치에 대한 여론 반응과 금융시장 안정 여부, 실물 경기 동향 등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도 가변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