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세계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돼 인근 국가와 미국은 물론 중동 원유 의존도가 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이날 동서를 횡단하는 파이프라인과 연결된 석유 펌프장 2곳이 폭발물을 실은 드론(무인항공기)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지만 진화됐으며 인명피해도 없다”며 “원유 생산과 공급에 차질을 빚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알팔리 장관은 “최근 테러리즘 행위와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는 사우디는 물론 세계 원유 공급과 글로벌 경제의 안전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이번 공격은 비겁한 행위”라고 성토했다.
예멘 후티 반군은 드론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의 무함마드 압델살람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이는 사우디에 대한 우리의 메시지”라며 “사우디의 침략과 대량 학살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후티가 운영하는 TV 방송국인 알마시라흐는 7대의 드론이 중요한 사우디 시설을 목표로 공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후티 반군에 맞서 2015년 3월 예멘 정부군을 도와 내전에 개입했으며 지금까지 거의 매일 공습을 가하고 있다. 사우디는 후티를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대리자라고 간주하고 있다. 후티는 이란으로부터 지원을 받지만 대리인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 공격을 받은 펌프장들은 각각 알두와디미와 아피프 지역에 있으며 사우디 동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들을 서쪽 홍해 연안 항구인 얀부까지 수송하는 중요 기반 시설이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돼도 이 파이프라인이 살아 있으면 수출할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와 액화천연가스(LNG)의 3분의 1이 지나가는 세계 에너지 운송망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길목이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에 맞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미국도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폭격기 등을 중동에 속속 배치하는 등 이란을 정조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란이 미군을 공격하거나 핵 개발을 가속할 경우 최대 12만 명의 미군을 중동에 파견할 계획이 있다는 NYT의 보도는 ‘가짜 뉴스’”라며 “그러나 우리가 파병을 계획하면 훨씬 더 많은 미군을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해협이 최악의 경우 봉쇄될 가능성까지 고려해 긴급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원유 수입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4%였다. 이란산 원유 비중도 약 8%를 기록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이날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1.2% 상승한 배럴당 61.78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1.4% 오른 배럴당 71.24달러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