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작년부터 논의되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거지기 시작하였다. 개정안은 현재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적용되고 있는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 일수를 늘리고, 면세점·복합쇼핑몰 등에 확대 적용하는 것이 골자이다. 스타필드나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등의 복합쇼핑몰도 매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작년 9월 국회 소회의에서 논의가 진행된 이후 아직까지 법사위에 계류 중인데 이번 하남 코스트코 개점 강행으로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사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지금까지의 대형마트 입점제한 및 의무휴업 효과는 불분명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규제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전통시장 수와 점포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전통시장당 매출액은 2013년 이후 안정적인 추세에 있다. 또한, 숙명여대 서용구 교수 연구팀의 경기·대전 지역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휴무 날에도 개인슈퍼마켓과 전통시장의 매출은 큰 차이가 없었고 대형마트 휴업으로 인한 전통시장 유입 효과가 크지 않았다. 오히려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주변 상권 침체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실제 대형마트 이용 고객의 약 40%가 반경 1㎞ 내의 주변 점포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복합쇼핑몰 입점으로 주변 상권 매출액이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의 대체재가 아니라는 점도 규제 효과가 불분명한 원인이 된다. E컨슈머가 전국 5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휴무일보다 영업일에 전통시장 방문 고객이 더 높게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이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오히려 전통시장에 손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실제 서울지역 전통시장의 30%가 대형마트 휴무일에 맞춰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부분적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따른 규제효과를 찾아볼 순 있지만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 보호라는 법 취지는 무색해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앞으로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논의는 유통산업의 포괄적 이해를 바탕으로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다뤄질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소비자의 소비 행태가 바뀐 지 오래되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대형마트 매출액이 2015년 32.8조 원에서 2018년 33.5조 원으로 소폭 상승한 것에 반해 온라인과 홈쇼핑 등의 무점포 소매 매출액은 2015년 46.8조 원에서 2018년 70.3조 원으로 대폭 상승하였다. 온라인쇼핑이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을 압도하고 있으며 성장세도 가파르다. 백화점 및 대형마트는 성장이 정체됨에 따라 온라인채널을 확대하고 있으며, 롯데 스마트픽이나 홈플러스 가상스토어와 같이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인 옴니채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통과 물류를 융합한 쿠팡은 이미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경쟁자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등 신기술 기반의 유통 혁신이 등장하면서 소비 행태의 지속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빅데이터 분석과 AI를 활용한 주문 환경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자동으로 비교·검색해주고 VR·AR 기술은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IoT 기술은 사용자 편의에 맞는 주문 및 배송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유통기업의 경우에는 실시간 물류 및 재고 관리와 효율적인 매장 관리가 가능해 이미 월마트나 아마존 등 글로벌 선도 유통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물론, 국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도 신기술 도입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런 신기술 도입이 절대 전통시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온라인 쇼핑업체들은 이미 전통시장의 판매 품목 대부분을 다루고 있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을 통해 얼마든지 전통시장과 온라인시장을 이어줄 수 있다는 점은 전통시장에도 분명 기회가 됨을 의미한다. 영업제한 등 규제 일변도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논의가 신기술 도입을 통한 유통산업 활성화 방안 논의로 선회되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