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 체제’ 1년… 실용주의 앞세워 미래성장 과감히 추진

입력 2019-05-1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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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식 사업보고회 열고 소통…창립 후 첫 외부인사 영입도

지난해 5월 20일.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갑작스레 타계하면서 아들인 구광모 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기 시작했다. 구광모 회장은 같은 해 6월 29일 ㈜LG 임시주총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되며 본격적인 경영 행보를 시작했다.

40대 초반 젊은 총수의 등장으로 지난 1년간 LG그룹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재계에서 평가하는 구 회장의 1년은 ‘실용주의’로 요약된다. 권위주의를 벗고 실용과 개방을 앞세우며 그룹의 미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별도의 취임식 없이 조용히 출근했으며, 9월에는 복장 자율화를 전면 실시한 데 이어 연초 ‘새해인사모임’에서는 임직원들이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자유롭게 인사를 나눴다. 과거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회장단과 사장단이 임원진과 순차적으로 악수하는 모습과는 달랐다.

실용과 개방을 몸소 실천하며 경영진에 자신을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 달라고 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한국(2월)과 미국(4월)에서 매년 한 차례씩 개최되는 우수 연구개발(R&D) 석박사 인재 확보를 위한 ‘LG 테크 콘퍼런스’도 격식은 배제하고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로 열렸다.

구 회장은 국내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해 대학원생들의 전공 분야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일일이 40여 테이블을 돌면서 기념촬영에 응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리는 계열사 사업보고회 역시 ‘일방적 보고’보다는 ‘토론 형식’의 사업보고회를 진행하면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LG의 기업 문화에 자율성과 수평적 조직 체계의 DNA를 심은 것으로 평가된다.

재계 관계자는 “13일 LG생활건강을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별 사업보고회가 순차 진행될 예정인데, 작년보다 더 자율적인 사업보고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재 등용 역시 그룹 순혈주의를 벗어 던졌다. 지난해 구 회장은 LG화학 최고경영자(CEO)로 3M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했다. LG화학이 CEO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창립 후 처음이다.

구광모 회장은 그룹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회장 취임 후 첫 공식 행선지로 마곡 LG사어언스파크를 선택했다. LG사이언스파크는 LG그룹의 R&D를 주도하는 곳이다. 당시 구 회장은 전장부품과 OLED 등 차세대 사업을 점검했다.

구 회장은 지난달 권영수 부회장, 안승권 LG사이언스파크 사장과 함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찾아 운영 현황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봤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총 4억2500만 달러를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회사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바이오·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 등의 유망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구 회장 취임 후 1년간 LG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미국 스타트업에 약 19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위기 관리도 성공적이란 평가다. 정부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계열사 서브원의 소모성 자재구매 부문(MRO)을 분할하고,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또 지난달에는 국내 평택 사업장에서 연간 500만 대를 생산하던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부문의 원가 절감을 위한 결정이라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제대로 준비할 시간도 없이 총수 자리에 올랐지만, 그룹 체질 개선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 등 지난 1년의 행보를 보면 성공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가 15일 ‘2019년 대기업 집단 지정현황’을 발표하고 타계한 고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구광모 회장을 총수로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로부터 총수 자리를 공식 인정받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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