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중 무역협상이 급속히 붕괴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관세 인상으로 인한) 엄청난 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들 기업이 그들의 공급 체인을 즉시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중국에서 의류 공장을 운영하는 린 윌리 홍콩선적협의회 회장은 “뉴스가 너무 빠르게 나와서 수출업자들이 이에 대비할 수 없었다”며 “미국의 파트너들과 협의하거나 정부에 예외를 요청하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일 “중국과의 무역 협상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대중 관세 인상을 예고한 후 5일 만인 10일 관세 인상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 행정부는 10일 오전 0시 1분부터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어치(약 235조6000억 원)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올렸다. 미국 행정부는 아울러 3250억 달러어치의 또 다른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미 지난 10개월 동안 이어진 미중 관세전쟁으로 부담을 받아온 중국 기업들이 더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전자제품, 컴퓨터 회로 기판 등 부품, 가구, 카펫, 자동차 부품 등 업체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FT는 중국 기업들이 지금까지는 미국의 수입업자와 관세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나눠서 감당해 왔으나, 이번 추가 관세 인상 조치로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한 수출업자인 룬 허버트는 “전자제품의 마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기 때문에 비용을 분담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수입업자가 이를 흡수한 뒤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기업들의 투자 및 확장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홍콩의 통상법 전문가인 존 카울리는 “일부 중국 제조업체들이 제조 및 보관 시설을 동남아시아와 멕시코, 캐나다 등지로 이전하며 공급망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올 1분기에 9% 감소했으며, 미국의 대중 수출은 30% 쪼그라들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50억 달러로 전 세계 무역 규모의 0.5%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의 이번 관세 인상 조치가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바클레이스는 10일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어치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영향으로 중국의 성장률이 반토막 날 수도 있다고 전망한 반면,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가 이미 무역전쟁과 전 세계 무역 둔화로 큰 영향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컨설팅회사 트리비움의 앤드류 포크 분석가는 “이는 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만 중국의 성장에는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