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의 핵심 철학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구글의 핵심 철학은 ‘모두를 위해(for everyone)’다. 언뜻 보면 자본주의가 만연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는 구글과 어울리지 않지만, 사실은 하나, 둘 실현되어 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구글은 ‘모두를 위해’라는 핵심 철학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어디에서든 접근 가능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한다. 대표 기능인 검색엔진만 하더라도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든 인도네시아 시골 마을에 사는 학생이든 쓰는데 차이가 없다. 이것이 인도 출신의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고집스럽게 지켜온 원칙이다.
피차이 CEO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그 철학을 스마트폰에서 구현했다. 고가 스마트폰이 판을 치는 시대에 가격과 기능을 모두 잡은 가성비 ‘갑’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기본 사양이 399달러부터 시작하는 ‘픽셀 쓰리에이(Pixel 3a)’가 그 주인공이다. 픽셀 3a는 가격을 기존의 절반으로 대폭 낮추면서도 소프트웨어와 카메라 등 기능도 포기하지 않은 게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가격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가격 면에서는 구글과 경쟁이 안 된다. 하늘 모르고 치솟는 고가의 스마트폰은 ‘모두를 위한’ 것일 수 없다는 게 피차이 CEO의 생각이다.
시장도 고가의 스마트폰에 대해선 우호적이지 않다. 애플의 아이폰 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마리오 퀘이로스 구글 제품관리담당 부사장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느려지고 있다”며 “가격이 비싸다 보니 사람들이 한 번 구입한 스마트폰을 더 오래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차이 구글 CEO는 프라이버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살 만큼 여유 있는 사람들만 누리는 특권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세계 어디서나 누구나 동등하게 누려야 하는 게 바로 프라이버시라는 얘기다. 프라이버시는 사치품이 아니라는 피차이 CEO의 정신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비싼 스마트폰 일색인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