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보여주는 최신 사례는 대만 델타일렉트로닉스다. 델타는 마이크로소프트(MS)나 화웨이테크놀로지 등 IT 대기업들이 구축하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냉각 팬과 전원관리 부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델타는 현재 중국 일부 생산시설을 대만과 태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미국이 중국에 대해 안보 우려를 제기하면서 자사 제품이 팔리지 않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다. 더 나아가 델타는 인도에도 3~4개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제조업 진흥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 프로그램에 기대를 건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추가 관세 위협을 하면서 타결이 임박할 것으로 보였던 미·중 무역협상이 더욱 불투명하게 됐다. 이미 미·중 무역 전쟁의 십자포화에 놓이게 된 수천 개 주요 공급망 업체가 중국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와 인도로 생산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델타의 청핑 최고경영자(CEO)는 “인도의 기술 생태계는 여전히 아시아 내 거대한 이웃(중국)보다는 덜 발달됐다”며 “그러나 인도 현지 생산 트렌드는 피할 수 없다. 인도는 커다란 시장이며 우리가 현지 생산하는 제품은 인도 국내 시장에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델타는 세계 주요 IT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링크를 형성하는 대만 부품업체 중 하나다. 미국이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은 공급망 업체들이 중국의 대안을 찾도록 압박하고 있다.
대만 경제연구원의 고든 쑨 거시경제 예측센터 소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인건비 상승과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육성은 생산 다각화를 더욱 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대만 기업들은 계속해서 생산기지 다각화에 나설 것”이라며 “중국산 하드웨어에 대한 미국의 안보 불안으로 일부 고객사가 하청업체에 중국에서 이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델타는 대만에 앞으로 3년간 4억2700만 달러(약 5000억 원)를 투자하고 5년에 걸쳐 엔지니어 7000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델타는 현재 생산에서 중국 비중이 70~73%에 이르는데 이를 약 60%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