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조현병 공포’ 키운 정부

입력 2019-05-06 18:22 수정 2019-05-07 08:5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정신질환자에 ‘관리 대상’ 낙인... 통제 아니라 치료 유도해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안 모(42) 씨가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안 모(42) 씨가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에 대해 국가책임제 수준의 관리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하지만, 우려가 적지 않다. 정신질환자 범죄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정신질환자=잠재범죄자’라는 인식을 만들어 정신질환자들을 숨게 만들 소지가 있어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중증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치료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촘촘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0.136%로 전체 범죄율 3.93%에 비해 크게 낮지만(대검찰청 2017년 범죄분석), 돌발행동 등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국민적 불안이 크므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돕겠다는 게 요지였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지난해와 강도부터 다르다.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환자에 대해 일제점검을 실시하고, 자·타해 위험환자에 대한 응급대응체계 강화를 위해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응급개입팀을 배치한다. 또 경찰·소방과 협조체계를 구축한다. 지역 내 정신질환자에 의한 민원 발생이나 응급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시·군·구별 정신응급대응협의체도 설치한다.

‘관리’과 ‘대응’이란 단어부터 부정적이다. 정부가 나서서 정신질환과 범죄 간 개연성을 인정한 꼴이다. ‘실제 범죄율은 낮지만 일부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부각돼 불안이 확대됐다’는 지난해 입장에서 180도 달라졌다. 정부가 나서서 정신질환자에 ‘관리 대상’이란 낙인을 찍었다.

실제 발표될 대책의 방향성이 이렇다면 정신질환자들은 지금보다 더 음지로 숨어들 우려가 크다.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병원 진료와 치료를 꺼리게 되면, 돌발행동의 가능성은 더 커진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대책이 국민 불안을 더 키우는 셈이다. 복지부는 “치료재활 강화, 등록 인센티브 등 혜택도 같이 간다”고 하지만, 그 혜택이 사회적 낙인에 따른 불이익을 상쇄할 만큼 크지 않다.

정신질환자의 돌발행동을 예방하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게 목적이라면 무엇보다 정신질환자들이 스스로 치료받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당장 시급한 건 관리와 통제가 아니라 정신질환자의 낙인을 제거하는 일이다. 감기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신질환을 감기처럼 여기는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알림] 이투데이, '2024 CSR 영상공모전'... 27일까지 접수
  • ‘어둠의 코시’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으로 향하는 매직넘버는? [해시태그]
  • '농협은행'·'거지가 되'…Z세대의 말하기 문화?①[Z탐사대]
  • Z세대의 말하기 문화, 사회적 유산일까 문제일까②[Z탐사대]
  • “AI·카메라 컨트롤 기능 기대감”…아이폰16 출시 첫날 ‘북적’ [르포]
  • “나들이 가기 딱 좋네”…서울시민이 꼽은 여가활동 장소 1위는?
  • '로또보다 더 로또' 강남 분상제 아파트 잡아라…청약 경쟁 '치열'
  • 오늘부터 독감 예방접종 시작…어린이·임신부·어르신 순차 진행
  • 오늘의 상승종목

  • 09.2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4,320,000
    • -0.13%
    • 이더리움
    • 3,436,000
    • +0.73%
    • 비트코인 캐시
    • 458,000
    • +1.96%
    • 리플
    • 798
    • +1.79%
    • 솔라나
    • 198,100
    • +0.66%
    • 에이다
    • 476
    • +1.06%
    • 이오스
    • 702
    • +1.3%
    • 트론
    • 204
    • +0%
    • 스텔라루멘
    • 130
    • +0.78%
    • 비트코인에스브이
    • 66,000
    • +1.23%
    • 체인링크
    • 15,240
    • -0.46%
    • 샌드박스
    • 384
    • +5.7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