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탁기 관세...결국 美소비자 지갑만 털렸다

입력 2019-04-22 14:42 수정 2019-04-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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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노동자 늘었지만 소비자에 비용 전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산 세탁기에 부과한 고율 관세는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만 늘리는 역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카고대학과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22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같은 결론을 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산 세탁기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세탁기에 부과한 고율 관세는 모든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떠안겼다. 세탁기 가격이 상승하면서 건조기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미국은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수입산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 이하 물량에 20%, 그 이상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저렴한 수입산 세탁기가 미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월풀의 불만이 제기된 후 나온 조치였다.

시카고대와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은 트럼프의 수입산 세탁기에 대한 관세 부과로 미국 공장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했는데, 그 상승분이 모두 소비자들 지갑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세탁기 관세로 미국 정부는 8200만 달러의 세수를 올렸지만 소비자가 부담한 비용은 15억 달러에 이른다. 소비자들이 세탁기 고율 관세의 125∼225%를 비용으로 떠안은 것이다. 새로운 관세로 미국에서 세탁기 가격은 대당 86달러 올랐다.

외국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공장을 옮겨 일자리 1800개를 창출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라이드에 있는 월풀 공장에서 200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과 테네시주에 있는 LG전자 공장에서는 16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소비자에게 전가된 비용을 따지면 결과적으로 일자리 하나를 만드는 데 81만7000달러의 비용이 들어간 셈이라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삼성과 LG 등 국내 업체들은 고율 관세에 따른 비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세탁기 가격을 인상했다. 이 과정에서 건조기 가격까지 덩달아 상승했다. 세탁기 제조업체들이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제품 가격을 같이 올리는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시카고대 이코노미스트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한 묶음으로 사는 소비자 성향을 고려해 기업들이 세탁기 관세 비용을 건조기에 나눠 전가했다”며 “기업들이 관세 부과로 인한 20%의 가격 인상을 세탁기와 건조기 가격에 11.5%씩 나눠 인상하는 방식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고율 관세 인상을 초래한 월풀도 이 기회를 틈 타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일자리 증대를 위해 수입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결국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기업의 이윤 감소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는 것도 가격 인상을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보고서를 인용, 버락 오바마 정권이 과거 연방 경기부양법(ARRA)으로 고용을 창출할 때 들인 비용은 일자리 하나당 12만5000달러였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세탁기 관세로 일자리 하나를 만들 때 오바마 전 정권은 같은 비용으로 6.5개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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