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희의 뉴스카트] '갑질'은 죽지 않는다 다만 이동할뿐...

입력 2019-04-21 17:43 수정 2019-04-2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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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부 차장

스마트폰으로 장을 보고 쇼핑을 하는 것이 어느새 익숙해졌다. 10년 전만 해도 장을 보려면 마트에 가는 것이 당연했지만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의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보다 편리하게 장을 보고, 물건을 구입하고 호텔을 예약할 수 있게 됐다. 유명 맛집에 직접 가지 않아도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집으로 배달받을 수도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의 단점이었던 구매 후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도 크게 단축돼 이제 당일 배송까지 가능해졌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지금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이사서비스를 비교 견적하는 앱은 물론 인테리어 견적까지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다.

한자리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평가까지 볼 수 있는 플랫폼비즈니스는 소비자에게는 더없이 편리한 존재다. 그러나 해당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입점 기업들에도 그럴까.

입점 기업들에 있어 플랫폼은 ‘절대 갑(甲)’이다. 중개업자인 플랫폼이 가격결정권을 쥐는 것은 기본이다. 수시로 할인 이벤트를 요구하고 이런저런 서비스에 추가가입을 요구하는 등 도 넘은 갑질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대표적인 것이 배달앱과 호텔예약앱이다. 배달앱이 등장하면서 외식업계는 상시할인 중이다. A배달앱과 반값 이벤트를 개최하고 바로 B배달앱에도 유사한 이벤트를 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매출은 늘지만 수익은 악화하는 이벤트를 연중으로 실시하지 않을 경우 플랫폼의 눈밖에 나기 일쑤다. 본사뿐만 아니다. 가맹점들도 별도의 광고료와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면서 수익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한번은 치킨전문점의 가맹점주가 직접 배달을 하면서 매장 명함을 건네고는 “다음 주문 시에는 앱을 이용하지 말고 직접 전화를 달라”고 당부한 적이 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수수료 부담이 커져서 배달 아르바이트생 대신 직접 배달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명 호텔 체인이 아닌 중소형 호텔이나 부띠크 호텔의 경우 예약의 80~90%가 앱을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우리 객실의 가격을 예약앱이 결정한다”고 토로한다. 객실을 소유한 호텔이 객실의 가격을 결정하지 않고 예약앱에서 요구하는 할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이야기다.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커머스도 마찬가지다. 오픈마켓이 아닌 종합몰이나 소셜커머스의 경우 제조사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가 매입가 인하와 할인행사 등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고객의 입장에서 한자리에서 여러 상품을 비교하고 결정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한다. 그러나 편리함의 이면에 숨겨진 갑질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yhh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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